"날림먼지와 냄새 없는 산단,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단,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언제나 찾아와 산책하고 즐길 수 있는, 그렇게 사랑받는 친환경 산단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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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섭 인천 서부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유독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서부산업단지공단이 산업화 생산기지로서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공생하는 필요충분조건으로 쾌적한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이사장에 취임한 후 진행한 첫 사업 역시 환경개선사업이다. 1995년 문을 연 서부산단은 세월이 흐르며 대부분 공장이 노후화돼 비가 오면 천장에 물이 새기 일쑤였다. 벽은 여기저기 갈라진 채 방치돼 그 안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도 흉할 정도였다. 전기 및 소방시설도 노후해 화재에 늘 취약했다.

 박 이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두면 근로자들의 사기는 물론 입주기업들의 경쟁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환경개선사업에 나섰다.

 서부산단은 다른 산단에 비해 자산이 많은 편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입주 초기 회원사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 산단의 큰 자산이 됐다. 산단 입주 초기 회원사들은 각자가 소유한 지분에 맞춰 3.3㎡당 1만5천 원의 회원금을 관리공단에 기부했다. 관리공단은 이를 공장부지와 본부건물, 상가 등으로 매입했다. 환경개선사업은 이들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해 전체 입주기업 중 9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추진했다.

 환경개선사업에 앞서 회원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설문 결과 노후한 지붕과 벽면, 담장, 소방 및 전기시설 등 교체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임시총회와 정기총회 결의에 따라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95억 원의 사업비는 1개 사당 1억 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이사회가 결정했다. 사업에 참여할 건설사를 선정하기 위해 인천상공회의소의 자문과 대한건설협회에 정식 요청으로 5곳의 건설사를 추천받았지만 계약 포기가 속출했다.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 열악한 작업환경인데다, 사업비는 모든 공사가 끝난 후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종합건설사들이 공사 추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1~18블록까지 포진한 95개 사업장을 5개 사가 균등하게 진행했던 환경개선사업은 2개 사가 포기하면서 3개사가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한 환경개선사업은 오는 9월 말 준공을 앞두고 현재 87%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반대도 있었다. 당장 기업에 이익이 생기는 부분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서부산단은 확 바뀌었다. 산단이 깨끗해지면서 매년 200여 건을 훌쩍 넘었던 환경민원은 30여 건 정도로 줄어들었다. 또 이웃한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거나 산책을 즐기러 산단을 찾기도 한다. 의심의 눈길을 보냈던 주변의 시선이 확 바뀌었고 근로자들의 소속감도 커졌다.

 "이전에는 부부 동반으로 해외산업 시찰을 많이 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 보자는 취지로 환경개선사업에 눈을 돌린 것이지요. 경영상황도 어려운데 날림먼지를 비롯해 냄새 나고 지저분한 산단의 문제 해결을 기업 개개인에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같이 힘을 모으면서 서부산단은 몰라보게 깨끗해졌고 이제는 인근 주민들이 찾는 산단이 됐습니다. 당연히 근로자들의 사기도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곱게 보지 않았던 사장님들도 고맙다고, 잘했다고 격려해 줘 힘이 많이 납니다."

 박 이사장은 서부산단의 또 다른 비약을 위해 제2·제3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2차 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1차 환경개선사업은 회원사 중심으로 진행돼 준회원사들의 불만이 많았다. 입주기업을 회원사와 비회원사, 특별회원 등으로 분류한 정관 때문에 1차 환경개선사업은 전체 260여 개 기업 중 95개 회원사 중심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정관을 개정하지 않고는 입주기업들 간 화합은 고사하고 반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지난해 정기총회를 통해 회원사 토지를 인수한 입주기업은 회원사로 자동 승계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진행할 2차 환경개선사업은 전체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다. 각 사업장의 지저분한 주차장과 진입로를 아스콘으로 깨끗하게 포장하고, 모든 입주기업 정문에는 동일한 크기로 제작한 간판에 LED를 장착해 낮에는 깨끗하고 산뜻한 미관을, 밤에는 보안등 역할을 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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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산단 입주기업들의 화합을 막았던 것은 어쩌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단에 입주한 기업은 누구나 회원사가 돼야 하고 똑같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회원과 준회원의 벽을 허물어야 산단 입주기업들 간 일체감도 생기고 어떤 일이라도 함께 할 힘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정관 개정은 서부산단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서부산단은 환경개선사업 말고도 또 하나의 성과가 있다. 입주 업종을 확대한 ‘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지난 6월 4일 관리기본계획 변경에 대한 인천시의 승인 및 고시로 기계 등 일부 업종에 한정된 서부산단에 일반물류창고를 비롯해 태양광 발전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냉동·냉장창고, 지식산업센터, 임대업 등이 입주할 수 있게 됐다. 관리기본계획에는 서부산단 한가운데 자리잡은 주물단지도 포함된다. 최하 3천㎡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가진 주물단지 입주업체들이 공장 일부를 물류창고로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신산업 유치 효과와 함께 환경 개선도 병행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관리기본계획 변경은 태양광발전업을 위해 입주한 한 기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시작한 것이지만 서부산단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됐습니다. 서부산단을 현재에 고착화시키지 않고 신산업단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싸매고 인천시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뤄 낸 쾌거이기도 합니다."

 박윤섭 이사장은 관리기본계획 변경을 계기로 또 하나의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산단을 준공업지역으로 변경하려는 것이다. 환경규제가 더 심해지겠지만 충분히 감내하고 그 이상도 개선할 수 있다는 각오다.

 "서부산단이 준공업지역으로 바뀌면 첨단산업과 근린생활시설 유치 등을 통해 냄새 나는 산단의 이미지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주민들에게 열린 친환경 산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30년 가까이 공업지역으로 묶였던 서부산단이 준공업지역으로 전환돼 청라국제도시를 끼고 있고 인천공항 진입로와 북청라나들목이 인접한 최적의 입지 조건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민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첨단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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