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관심사와 꿈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실험을 하다 보니 진로 계획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소프트웨어(S/W) 및 과학융합형 교과중점학교인 김포제일고등학교는 IT와 과학 분야의 체계적인 교육활동을 통해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학생 중심의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의 진로 탐색 기회를 넓히고 잠재력을 계발하는 것이다.

 이 같은 학교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학생자율동아리가 개설됐고, ‘INBEX(Independent Biology Experiment)’ 역시 2013년 ‘스스로 탐구하는 생명과학 실험을 하자’는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구성했다.

 ‘INBEX’는 개설 이후 1년도 채 운영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동아리가 비일비재한 가운데서도 벌써 7년째 활발한 활동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며 김포제일고의 대표적 학생자율동아리로 자리잡았다.

▲ 김포제일고등학교 과학동아리 'INBEX' 학생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 스스로 만들어 가는 동아리

 ‘INBEX’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은 평소 궁금했던 탐구 주제를 스스로 정한 뒤 실험 준비조와 이론 발표조, 실험 설계조로 역할을 나눠 방과 후 직접 실험해 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험기구 사용법을 익히고, 교과시간에 가졌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지금까지 ‘INBEX’ 학생들은 ▶바나나의 DNA 추출 실험 ▶삼투압 현상 실험 ▶아스피린 합성 ▶신호등 반응 ▶혈액형 판정 실험 등 다양한 분야의 실험을 실시해 왔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김포제일고를 찾았던 날도 학생들은 저마다 조를 나눠 커피에서 카페인을 추출하는 실험에 한창이었다. 해당 실험을 통해 성분 추출의 기본 원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3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주(17)양은 "앞서 한 차례 실험을 실시했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탓에 학생들이 평소보다 더욱 집중해서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교환했고, 때로는 화학 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이승헌·하윤희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실험에 임했다.

 김민주 양은 "오늘 또다시 실험이 실패해도 상관없다"며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실험 실패의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 등을 통해 실험의 원리를 다시 한 번 깨닫고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효소반응 실험
 2학년 부장인 채건희 군도 "어렸을 때부터 과학과 실험 등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직접 주도적으로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랐는데 ‘INBEX’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며 "수업시간에 아무리 배웠더라도 직접 시행해 보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운데, 동아리 활동 내에서는 교과와 접목도 가능한 실험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전했다.

 또 "다만, 학생들이다 보니 안전문제 등 어쩔 수 없는 한계들이 있는데 선생님들께서 도움이 될 만한 실험도 추천해 주시는 등 많이 도와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며 "덕분에 항상 동아리 활동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단순히 자신들만 즐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역 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체험교실’을 운영하는 등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5월 인근 4개 고등학교에서 활동 중인 과학동아리들과 함께 김포아트빌리지에서 직접 공모를 통해 신청받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총 11회에 걸쳐 과학체험교실을 열고 과학 관련 놀이물품을 만들며 과학 원리를 가르쳤다.

 김정혜(17)양은 "당시 행사는 각 학교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했는데, 참여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열린 ‘김포시 꿈이룸 과학 한마당’에 참가해 체험부스를 운영하며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교육의 장을 스스로 기획하기도 했다.

 이승헌 교사는 "지도교사로서 ‘INBEX’ 학생들을 바라보면 언제나 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는 물론 과학에 대한 애정마저 느껴져 뿌듯할 때가 많다"며 "특히 지도교사의 도움을 최소화시킨 채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스스로 실험 주제를 정하고, 실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단순한 실험 속에서도 내포된 원리와 지식을 제대로 알고 발전시켜 다른 실험에도 적용하는 과정을 찾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스스로 꿈을 키워 가는 아이들

 ‘INBEX’는 생명과학과 화학 등 과학 분야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됐다. 이들 가운데는 이미 자신의 진로·진학 계획을 명확히 세운 학생들도 상당했다.

 중학생 때부터 공통과학을 배우면서 특히 화학 분야가 재미있었다는 김민주 양이 관심 있는 분야는 ‘약학연구’다.

 그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순수실험에 흥미가 생겼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면서 공부를 할수록 재미가 커졌다"며 "특히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찾는 과정에서 약학연구를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고, 앞으로 해 보고 싶다는 목표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 화장품 원료 분석 실험
 생명공학연구원을 꿈꾸는 김정혜 양도 "중학생 때부터 생명 분야로의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실험과 실습을 하면서 그 꿈이 더 커졌다"며 "무엇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영향이 꿈을 갖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포제일고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재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신청받아 해당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졸업생들을 초청해 다양한 진로 방향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정혜 양은 생명공학과에 재학 중인 한 졸업생의 설명을 통해 생명공학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접한 뒤 진로를 정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이도우(16)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 군은 "사실 중학생 때는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 열심히 하지 않았고, 막연히 이공계로의 진학을 생각하며 고등학생이 됐다"며 "단순히 과학에 대한 시야를 넓혀 보고 싶은 마음에 ‘INBEX’에 가입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과학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 과학 분야와 관련된 진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우창훈 교장은 "현재 ‘INBEX’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학생들은 교과지식과 탐구능력을 확장해 지역사회와 나누며 차근차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INBEX’뿐만 아니라 다른 교내 학생자율동아리들의 활동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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