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가 인천에서 발생한 지 두 달을 넘어서고 있다. 한겨울도 아니고 물이 가장 필요한 때인 여름 초입부터 제대로 마시지도, 닦지도 못했으니 두 달 동안 주민들이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천시가 정상화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라 언제까지 이 고통이 계속될 지 몰라 주민들은 속이 터진다. 그렇다고 물 관리를 제대로 했어야 할 인천시가 주민들을 위해 속 시원히 제시한 해법도 없다. 내놓은 해법이라고 해야 주민 눈높이에 맞추지도 못한다. 마침 인천시가 지난 30일 검단복지회관에서 수돗물 사태와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역시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빈축만 샀다. 시는 이 자리에서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상하수도 요금 3개월 면제와 청소 비용, 그리고 개별적으로 의료비와 수질 검사비, 생수 구입비, 필터 교체비, 소상공인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의사소견서나 영수증 등 근거 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인천시와 다른 생각이다. 당장 물을 제대로 마시고 쓰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수돗물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주민들의 판단이다. 당연한 얘기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주민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일으킨 게 아니다. 인천시가 관리를 잘못한 탓에 발생한 인재라는 점에서 먼저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돗물을 만들어 놓고 그리고 주민들이 납득할 보상안을 제시하는 게 상식이다.

 보상안 내용도 현실적이지 않다. 근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적수 피해 사실을 일일이 밝히기가 쉽지 않다. 의료비는 적수 사태 발생 후 두 달이 경과하는 동안 공식 의료기관을 지정해 주지 않아 증상의 원인과 적수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고, 영수증을 미처 챙기지 못한 주민도 부지기수다. 더군다나 보상안이 주민들과 협의한 후 제시된 것인지도 의문이다. 몇몇이 주민들의 폭넓은 의견수렴 없이 밀실에 앉아 책상놀음으로 만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 같은 인천시 행정을 보는 인천시민들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창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돗물 사태 하나도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 못하는 인천시가 더 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 답답하고 창피하다는 것 보다는 두렵다는 생각이 더 클 것 같다. 그래서 인천시가 걱정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