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도에서 조조와 원소 간에 운명을 건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의 일이다. 병력 수효나 군수물자 등에서 압도적 우세에 있긴 했으나 명분상으로도 그렇고, 실제 싸움이 벌어지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것’이니 원소로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원소가 측근 참모인 허유와 순심에게 싸울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의견을 물었다. 두 사람이 일제히 대답했다. "공께서 많은 수로 적은 무리를 무찌르고 강한 힘으로 약한 것을 무찌르시어 한나라 역적을 멸하고 한실을 돕는다면 마땅히 군사를 일으켜 적을 치십시오." 하지만 전풍이란 모사는 의견을 달리 했다. "해마다 군사를 일으키면 백성이 견뎌내기가 어렵거니와 창고에 쌓이는 곡식이 없으면 다시는 군사를 일으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우리 내부의 힘을 비축한 후에 움직이도록 하지요."

 원소는 허유·순심의 의견을 택했고, 결국 조조에게 멸망당하고 만다. 욱일승천의 기세가 하루아침에 추풍낙엽 신세가 된 것이다. 싸움은 신중해야 한다. 우쭐대고 나섰다가는 패가망신이다. 요즘 돌아가는 세상에서 지도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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