焚鼠毁廬(焚불사를 분/鼠쥐 서/毁헐 훼/慮생각할 려

월(越)나라 서쪽에 홀아비가 살았다. 그는 늘 쥐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쥐들이 한낮에도 떼로 몰려다녔고, 밤에는 쉴새없이 찍찍거리며 집 기둥을 쏠거나 물건을 갉으며 날이 새도록 야단법석을 떨었다.

어느날 그가 밖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서 돌아와 자리에 누우려는데 쥐들이 여느 때처럼 야단법석인지라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는 쥐를 잡기위하여 집 사방에 불을 질렀다. 쥐들이 모두 타 죽었지만 초가삼간도 몽땅 타 없어지고 말았다.

용문자(龍門子)가 그를 찾아가 위로하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화가 나는 대로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저 그놈의 쥐들이 죽이고 싶도록 미워서 불을 질렀지요.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사람은 누구나 화가난다고 해서 화가 치미는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鹿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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