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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희<<인천재능대학교 마케팅경영과 교수>
고객을 상담할 때 말을 많이 한다고 설득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업의 개념(concept)은 설득입니다.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오히려 고객을 상담할 때 효율적입니다. 말을 많이 함으로써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알린다고 하지만 그 말 때문에 오히려 불필요한 곡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고 고객 신뢰를 실추시킬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맨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이더라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오해하고 불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자기의 생각과 의도를 너무 환하게 드러내면 사람들은 당신의 생각을 읽으려고 할 것입니다. 당신의 생각과 의도가 그들에게 읽히면 그들은 오히려 그 의도에 맞추려 할 것입니다. 당신의 말을 많이 할수록 그 말에 꼬투리가 잡혀 결국 자주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노자(老子)는 말을 많이 하면 자주 궁지에 몰린다는 ‘다언삭궁’을 논(論)하면서 다음과 같이 끝을 맺습니다. "그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中庸)의 도(道)를 지키소서!"

 고객 상담에서도 같은 원리로 제품을 설명하지 말고 질문을 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영업을 잘 한다고 하는 것은 가망 고객을 설득하는 것인데, 먼저 고객의 니즈(needs) 파악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통해 고객의 니즈가 1, 3번이면 비록 자사제품의 장점이 1번에서 10번까지 있더라고 해당분야인 1번 3번의 두 개의 장점으로만 설득한다면 시간은 1/5로 절약되고 불필요한 8개를 생략해도 되니 오히려 신뢰는 더욱 구축되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입니다. 자사 제품의 특징은 반드시 장점으로 전환해 소구(appeal)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예를 들어 소형차를 영업하는 세일즈맨이 가망 고객을 설득할 때 소형차의 ‘작다’라는 특징을 그 냥 작아서 좋은 차라고 한다면 고객은 머뭇거리겠지만 ‘작다’는 특징을 장점으로 전환해 ‘연비가 좋고’, ‘주차가 편리하고’, ‘초보자한테도 좋고’, ‘고속도로 요금할인’ 등으로 설득한다면 고객을 망설이게 할 필요 없이 상담을 리드(lead)할 수 있고 협상에서는 주도권(initiative)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영업을 시작한 20세기에는 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말을 많이 한다고 했지만 21세기는 ‘필요한 말을 필요할 때’해야 합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상담으로 고객을 리드하기 위해 바로 ‘상담스킬(selling skill)’이 대두되는 것입니다. 질문은 상담 초기에 두루뭉술하게 하는 ‘개방질문’으로 "저희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라고 ‘어떻게’라고 포괄적으로 하는 방법과, 주제를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 저희 제품 가격이 개당 500만 원은 어떠신지요?"라고 500만 원으로 한정해 물어보는 ‘폐쇄질문’으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질문의 사용 시기에 있어서 개방질문은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상담 초기에 무조건 사용합니다. "저희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는데 고객의 반응이 "가격이 100만 원이면 좋고, 보증 기한은 2년이면 좋을 것 같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니즈를 표명하면 "아, 네~" 하고 맞장구로서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니즈 파악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고객 니즈를 위와 같이 자발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그게 뭐 다 유사한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하면 그 때 바로 폐쇄 질문으로 고객 욕구를 파악하면 됩니다. "저희 회사 2년 보증기한은 어떠신지요?" 또는 "A라는 기능적 측면은 어떠신지요?" 라고 장점을 자연스럽게 피력하면서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에 부합한 자사 제품의 특징을 장점으로 전환해 대응(matching)한다면 노자가 갈파하는 ‘다언삭궁’의 우(愚)를 범하지 않고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는 효율적 상담으로 영업성과의 최적화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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