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북 핵·미사일을 비롯한 2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한일이 직접 공유하는 양국간 협약이다. 우리는 일본 위성 등을 통해 수집된 북한 미사일 기지와 잠수함 기지, 발사된 미사일 궤적 정보 등을 받아볼 수 있고,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대북정보 등을 받아볼 수 있다. 한일 공히 추가적인 비용없이 대북정보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상호 윈-윈 시스템인 것이다.

그런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일 GSOMIA가 없더라도 한·미·일 3국 간 별도의 정보보호협정이 있어 필요한 경우 그런 체제를 활용할 수 있다"며 "한일 간 상황에 비춰 볼 때 정치적, 군사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정보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직접 받을 때’ 실효성이 커진다. 정치인도, 외교부장관도 아닌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의 안보 문제를 이렇게 경솔하게 얘기해도 되는지 실망스럽다.

 한일 GSOMIA를 파기할 경우 누가 이로울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70년간 동북아 평화를 가장 위협해온 세력은 북한이다. 이러한 호전적 집단을 지지하며,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가 중국과 러시아다. 이들은 안보에서 만큼은 북··중·러 협력 구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의 균열 및 붕괴다. 중국이 사드배치에 대해 미국이 아닌 한국을 위협하는 것도, 러시아가 한일 갈등의 상징인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GSOMIA를 파기한다는 건 그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는 것과 같다.

한일 GSOMIA는 양국의 정치적 상황 및 국민적 반감 등으로 27년이나 보류되다, 2016년 11월에 급작스레 체결됐다. 비록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추진됐다는 흠결을 갖고 있지만, 동북아 평화와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선 유지되는 게 바람직한 양국간 협력시스템이다. 미국 국방장관과 일본 외무상도 한일 GSOMIA 유지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껄끄러우면 정보의 질과 속도를 낮추면 될 일이지, 우리가 직접 판까지 깰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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