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지역 한 중학교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린 뒤 이를 결정한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 회의록을 누락한 채 가해자 부모에게 공개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됐다.

12일 안성경찰서와 A중학교에 따르면 A중학교는 지난 7월 학폭위를 열어 학교폭력에 연루돼 가해자로 지목된 B군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다. 당시 학폭위에는 총 위원 9명 중 7명이 참석했다.

B군의 학부모 C씨는 자신의 자녀와 관련한 해당 징계 결과에 불복해 경기도교육청에 재심 신청을 준비 중이다. C씨는 이 과정에서 학폭위 징계 절차 등이 정당했는지 여부와 재심 요청을 위한 자료 확보를 위해 학교 측에 당시 학폭위 회의록 일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전체 회의록 중 사건 개요와 위원들의 심의 내용 등 핵심 내용을 삭제한 채 공개했다.

본보가 입수한 회의록 자료에는 학폭위 개최 일시와 장소, 학폭위 참석 인원, 회의 진행 순서만 기재돼 있었고 회의 내용은 공란 상태였다. 이에 C씨는 학교 측이 정당한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아 재심 청구와 관련해 충분한 의견 개진을 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하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진정서에는 ‘학교 측의 행위는 형법 제123조를 위반해 직권을 남용, 학교폭력예방법 21조(비밀누설금지) 3항을 위배해 고의로서 주요 내용을 누락한 사본을 진정인에게 교부함으로써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은 해당 진정서를 토대로 학부모가 주장하는 내용의 사실 여부와 위법행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C씨는 "학폭위 처분이 정당했는지 유무를 확인하고 내 자식의 문제가 과했다면 충분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자료를 정확히 제공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재심 요구를 위한 과정에도 해당 자료가 꼭 필요한데 학교 측에서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법에 호소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A중학교 관계자는 "학폭위 회의록에는 총 3건의 사안이 담겨 있어 다른 부분들을 삭제하고 공개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해당 학생과 관련된 학폭위 회의록 자료는 모두 공개한 것이 맞다"고 해명했다.

안성=김진태 기자 kjt@kihoilbo.co.kr

김재구 기자 kj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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