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과 전통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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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과 전통사찰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9.08.16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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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숲속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찾아보고자 밀양, 울산, 부산을 한 바퀴 돌아봤다. 특히 지난 수년간 산림청에서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치유의 숲 사례지를 둘러보는 것이 이번 답사의 핵심이었다. 답사는 팔월 초순에 진행됐고 태풍이 막 지나간 다음이라 몹시 더웠다. 렌트한 차량의 에어컨을 높은 단으로 켜고 차 안팎을 들락날락하는 답사라 하루일과를 마치고 나니 힘든 노동을 한 듯 지쳤다.

 답사 중에 밀양의 표충사와 부산의 범어사를 들렀다. 이들 사찰은 신라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물론 절 자체보다는 절 주변의 숲이 좋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찾아봤다. 표충사는 밀양 일대에서 대표적인 전통사찰이고 주변으로 해발 1천m가 넘는 영남알프스의 산들이 감싸고 있는 최고의 명당이라고 한다. 절 주변으로 수백 년이 족히 넘어 보이는 나무들이 울창했고 깊은 계곡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넘쳤다. 휴가철이어서인지 계곡에는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과 더불어 표충사 내부를 둘러봤다. 오래된 사찰이고 유명한 사찰이라 규모도 크고 사람들도 많았다.

 최근 유행하는 템플스테이를 위한 기와집도 꽤나 큰 규모로 조성돼 있었고 불자들을 위한 강연장, 찻집도 있었다. 부처님이 모셔진 대광전 앞에는 정자 모양의 대형 누각이 계곡변에 있는데 누구나 편히 쉴 수 있었다. 다만 대광전 앞이라 눕지는 말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누각에 앉아보니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차고 맑게 들렸으며 커다란 전통한옥의 지붕이 만들어낸 짙은 그늘과 시원한 바람이 무더위를 씻어 줬다.

 표충사에서의 좋은 기억을 뒤로하고 밀양 얼음골을 지나 울산 대왕암 주변의 곰솔숲을 둘러보고 답사 두 번째 날 오후에는 부산 범어사에 도착했다. 범어사는 금정산 동쪽사면에 위치하는데 범어사 바로 옆에는 돌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너덜바위지대에 개서어나무 숲이 있었다. 너덜바위지대는 폭 70m, 길이 약 2.5㎞의 넓은 면적인데 수많은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그 바위들 사이로 맑고 깨끗한 물이 흘렀고 오래된 나무들이 만들어준 짙은 그늘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경관을 연출했다. 돌바다에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도 현지인들을 따라 계곡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더위에 지친 상태에서 시원한 계곡수에 발을 담그니 더위와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했다. 답사 일정을 마치고 집에서 맞는 다음 날 아침, 일사병 증상으로 머리는 아직도 아픈데 머릿속은 지난 2박 3일의 일정을 복기하고 있었다.

 산림청이 지난 수년간 추진하고 있는 치유의 숲 사업이 이제는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반시민들의 인식도 긍정적이어서 앞으로 사업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산림청에서 추진하는 치유의 숲 프로그램이 전통사찰과 그 주변에서 우리가 무심코 해왔던 행동들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산림치유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우리는 전통사찰을 찾으면서 좋은 숲과 맑을 계곡을 즐겼고 함께 간 동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회적 교류도 했다. 또한 사찰의 스님들은 대중들의 심리상담도 해줬을 것이고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교류공간으로서 기능을 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천에서 추진되고 있는 치유의 숲에 대해 한 가지 건의를 해본다면 치유의 숲에 들어가는 건축물은 한옥 형태로 지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교를 떠나 전통공간을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보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식의 새로운 치유의 숲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로 조성될 치유의 숲이 스트레스가 많은 우리 도시민들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안식의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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