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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올림픽공원내 홍난파 동상·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 동상· 평화의소녀상./연합뉴스
친일파로 지목된 작곡가 홍난파 동상이 세워져 있는 수원시내 도시공원에 지역 독립운동가 동상과 평화의 소녀상이 함께 있어 이를 관리하는 수원시를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시에 따르면 독립운동가 필동 임면수 선생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광복 70주년인 2015년 8월 15일 수원 올림픽공원에 수원 출신 독립투사인 임면수(1874∼1930)선생의 동상을 세운 뒤 이를 기념하는 제막식을 열었다. 임면수 선생의 동상은 기념사업추진위가 시민들에게서 모금한 1억2천만 원으로 세웠다. 올림픽공원 중앙 좌측 가로 2m, 세로 2m 공간에 설치됐다.

임면수 선생은 수원 출신으로 사재를 털어 현재 삼일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계몽활동에 이바지했으며 지역 국채보상운동도 주도했다. 1911년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 교장으로 독립군을 양성했으나 1921년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돼 고문을 당해 반신불수가 된 뒤 고문 후유증으로 1930년 11월 타계했다. 정부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하는 등 명실공히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로, 시민들은 이러한 선조를 둔 것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독립운동가와 친일음악인 동상을 같은 공간에 세워 두면 안 된다는 여론이 제기된 바 있다. 친일 행적 논란이 일고 있는 작곡가 난파 홍영후의 동상이 임면수 선생 동상 정면에서 70여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홍난파는 ‘고향의 봄’, ‘봉선화’ 등을 작곡한 일제강점기 대표적 서양음악가이자 수원 출신의 근대문화예술인로 알려져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제작하면서 홍난파를 명단에 올렸다.

홍난파 동상이 있는 수원 올림픽공원에는 2014년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도 세워져 있다. 수원지역 종교계와 여성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수원평화비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한 뒤 시민 1만2천여 명이 성금 7천만 원을 모아 설치했다. 소녀상 제막 당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복동·길원옥·안점순 할머니,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 염태영 수원시장, 평화비건립추진위원 등이 참석해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시민 이순화(36·정자동)씨는 "시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독립운동가 동상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세워져 있는 공간에 친일파로 지목된 홍난파 동상을 함께 두는 건 후손을 위해 나라를 지킨 선조들을 욕보이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올림픽공원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 계획이 확정되면 공원의 가치에 맞도록 동상은 자연스럽게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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