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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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 기호일보
  • 승인 2019.08.22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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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무더위에 체력도 마음도 지쳐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왔다. 두세 곳 병원 진료를 받고 한약을 지어먹고 식탁에 건강을 우선한 음식을 차렸다. 성가시다. 세상의 공은 허투로 얻어지는 법이 없다.

 마음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면 공항을 찾아간다. 출국과 입국의 소란을 보고 있으면 가고 오는 일이 유별나 보이지 않아 마음을 다스리게 된다. 부산스러운 공항이 마음 위로 장소라고 하면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템플스테이든 기도원이든 또 다른 어느 곳이든, 사람마다 마음 수양의 장소는 다 다를 것이기에 공항 나들이를 멋쩍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출국장 3층 정류장에서 내렸다. 공항 대합실에 걸린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문득 점심을 거른 생각이 나 시장기가 돌았다.

 티켓팅을 하고 수화물을 부치는 여행객들로 부산한 구역을 통과해 4층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몇 군데 식당과 카페를 지나 솟을대문을 통과했다. 기와를 얹은 담이 이어져 있는 한식당이 보였다. 입구에서 종업원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세워보였다. 혼자라는 뜻이다. 창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계류장이 내려다보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창밖을 내다봤다. 관제탑 좌우로 멀리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보였다. 계류장에도 비행기 여러 대가 보였다. 계류장에서 비행기는 노란선을 따라 이동을 한다. 멈춰 있는 비행기 화물칸에서 짐을 내리고 있다. 정확한 각도로 차를 대고 짐을 실은 컨테이너를 끌고 가는 운송차들로 계류장이 분주하다. 승객이 내린 비행기에 회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큰 비닐 봉투를 들고 비행기 속으로 사라진다. 기내 청소 담당이구나 싶다. 계류장의 질서가 정렬해서 여행의 출발과 입국이 안전해진다.

 옆 테이블에서 할머니와 초로의 아주머니와 중년의 남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귀를 세우지 않아도 남자의 목소리가 커서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노모와 이모의 여행을 배웅하려고 지방에서 올라온 남자는 들떠 있었다. 여행을 이야기하는 남자가 불쑥 자기가 TV 여행 프로그램인 ‘꽃보다 여행’ 시리즈의 배우 이서진 역할이라고 했다. 덜어내고 더할 것도 없이 이서진과 똑같다는 자화자찬이다. 노모와 이모는 밥을 먹는데만 집중하는지 남자의 자부심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궁금해서 남자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 남자의 외모는 배우 이서진과 동급이라 하기에는 무리였다. 남자의 근거 없는 자부심이 호기심을 불렀다.

 남자는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모의 외아들이 젊은 나이에 생을 접었다는 정보다. 남자는 이모의 슬픔을 다독여 줄 맏언니인 어머니와 막내인 이모의 자매 여행을 주선하고 경비를 댄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남자는 월급의 반을 여행경비로 지불했다. 남자의 입 가벼움을 경박하다 생각했었는데 숙연해졌다.

 출국장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셨다. 출국장 대합실은 짐을 부치고 환전을 하고 로밍을 하고 면세로 산 영수증으로 환급받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틈에서 배웅하는 남자가 보였다. 손짓으로 떠나고 보내는 모습에 눈이 시큰거렸다. 남자는 흐뭇한 가슴으로 공항을 떠났을 것이다.

 떠나고 돌아옴이 무성한 공항이다. 왁자한 무리 중 하나인 나는 공항에서 그들을 견학한다. 떨어져서 보면 악다구니에 갇혀 있던 나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다. 아들을 잃은 남자의 이모는 위로하는 남자와 남자의 어머니가 다독여준 마음 동행에 가슴 숨결이 보드라워져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기억은 화면을 펼쳐 흘러가고 소리가 없는 얼굴들을 보여준다. 근심을 보내려고 왔나? 잠시 일탈에서 가벼워져 돌아오는 곳이 공항이다. 송연대 앞에 서서 마음을 헤집는 번민을 속아내고 우아하게 돌아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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