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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면 탄생 60년을 바라보는 전설적인 작품이 있다. 24편의 시리즈를 이어가며 첩보영화의 교본이 된 007 시리즈는 음모를 꾸미는 배신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스파이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각인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 시리즈는 여러 전설을 배출하는데, 그 중 최고봉은 바로 메인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주연배우들일 것이다.

 다부진 체격과 기품 있는 수트 피트, 젠틀한 태도로 진한 남성미를 풍기는 제임스 본드 역할은 당대 최고의 섹시 배우들에 의해 완성됐다. 2006년부터 5편의 시리즈에 출연 중인 다니엘 크레이그는 젊은 층에게 가장 익숙한 제임스 본드다. 1980∼90년대 대표 꽃미남 배우이자 TV 시리즈 ‘레밍턴 스틸’로 유명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은 5대 본드 역을 맡으며 그간 보여 준 육체파 첩보원과는 사뭇 다른, 우아하고 유머러스한데다 느끼한 매력까지 겸비한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창조했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바로 1대 본드인 숀 코너리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1962년, 시리즈의 시작인 ‘007 살인번호’에서 이미 완성됐다.

 미국이 추진하는 로켓 발사가 연이어 실패하는데 특정 주파수의 간섭이 자메이카에서 발견된다. 그 이유를 밝히러 간 스트랭웨이스 교수가 비서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007이 파견된다. 그의 상관은 제임스 본드의 시그니처가 된 월터 PPK 권총을 주며 ‘00의 코드명은 살인 자격이 있다는 것’이라 부연한다. 즉, 007의 앞 두 자리는 살인면허 번호를 뜻하는데, 요원이 임무 수행 중 살인을 저질러도 영국 정부가 나서서 신변을 보호해 준다는 말이다. 그렇게 특수한 신분으로 자메이카로 파견된 본드는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크랩 키 섬에서 수상한 점을 파악하고 잠입한다.

 그곳에서 만난 ‘닥터 노’는 자신이 개발 중인 무기가 미국의 로켓 발사 실패의 원인이라 털어놓는다. 신형 무기로 세계 정복의 야망을 가진 박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제임스 본드는 부상을 입지만 미치광이 과학자는 원자로에 떨어져 죽게 된다. 임무를 완수한 제임스 본드는 유유히 섬을 빠져나온다.

 1960년대 시작된 첩보영화인 만큼 초기 007 시리즈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악당들로 묘사되는 인물들은 당시 영미와는 반대 지점에 있는 구 소련이나 중국으로 묘사되며, 모든 영웅주의 오락영화가 그러하듯 악당은 정의의 손에 일망타진된다.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이 시리즈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판타지가 가득하다. 우선 최신형 첩보 무기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다양한 해외 로케 촬영을 통해 서구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배경들이 넘실거린다. 이와 함께 남성적 매력으로 가득한 제임스 본드와 시선을 사로잡는 미녀 본드 걸 또한 시각적 쾌락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설적인 시리즈의 시작인 ‘007 살인번호’는 흥행 결과를 보고 후속작을 계획했기 때문에 예산이 많지 않아 첨단 무기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화가 된 제임스 본드와 함께 연상되는 턱시도, 월터 PPK 권총, 보드카 마니티 그리고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전설의 시작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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