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결국 철제 망루 위에 올랐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해고 노동자들은 25일 새벽 4시 일사분란한 움직으로 비계파이프를 높이 10m로 엮고 쌓아 기습적으로 ‘골리앗’을 세웠다. 사측도 경찰도, 관할구청도 손쓸 틈이 없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에서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1년 7개월간 천막농성을 벌인 끝에 내린 사즉생(死卽生)의 결정이었다. 철제 망루에는 지난해 12월 31일 부평2공장에서 해고된 이영수(46)씨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머지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비정규직회 소속 동료들은 망루 바로 옆에 천막을 치고 이 씨를 지원하고 있다. 고공농성 이틀째, 이 씨를 위한 음식물은 밧줄로 엮은 통으로 망루 위로 전달됐다.

 이 씨의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황호인 한국지엠비정규직회 지회장을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GM의 경영효율화 과정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문을 닫았고 부평공장은 (비)정규직 일감축소와 인천물류센터 폐쇄, 법인 분리 등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렇게 되자 비정규직이 맡던 외주업무는 사내 정규직으로 돌아 갔고, 물류센터에서는 비정규직이 설 자리가 없어졌고, 부평2공장 생산라인은 1교대로 축소돼 근로 인력을 감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실상 구조조정이다. 부평·창원·보령·군산공장에서 1만여 명이 정규직도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번에 골리앗 투쟁을 선택한 해고 비정규직은 총 46명으로 부평공장 38명, 군산공장 8명이며 이들은 크게 두 가지 근거로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2013년 대법원 판결이다. 법원은 한국지엠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제 사용자를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가 아닌, 한국지엠으로 판단했고 따라서 파견은 불법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둘째로 사측이 한시적으로 1교대로 축소했던 부평2공장 생산라인을 내년 1월부터 다시 2교대로 전환한다고 발표해 해고 노동자를 고용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이들은 판단한다.

 하지만 2009년 1월 20일 새벽, 30명의 사상자를 낸 ‘용참 참사’가 그랬듯이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을 사측은 제쳐두고 정부나 사법당국, 인천시, 부평구, 고용노동부는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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