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언제나 개방적이었다. 외국인과 그들이 가져온 해외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고향을 잃은 이들에게도 인천은 제2의 고향이 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됐다. 하지만 그들을 머물게 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인천은 거쳐 가는 곳이었고, 신분 상승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자리매김 됐다. 산업화 이후 도시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지역에서 부를 축적한 많은 이들은 짐을 싸서 서울로 향했다. 또 교통이 편리해지고 서울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접어들면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인구가 일부 유입되면서 잠깐 ‘인천이 살기 좋은 곳인가’라는 착각을 했던 때도 있었다. 집값도 싼데다 외지인이라고 텃세부리지 않는 지역 문화 탓에 인천은 잠깐 머물거나 잠만 자는 곳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베드타운 말이다.

 최근 인천연구원 조승헌 박사의 ‘2014~2018년 신용카드 중심의 인천 역외소비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이제 인천이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힌 것 같은 느낌이다. 인천 사람이 서울에서 소비한 역외소비가 지난 한 해에만 6조 원을 넘겼다고 한다. 또 쉬는 날 서울에서 역외소비율이 2014년 20.77%에서 2018년 24.14%로 크게 올랐다. 서울에서 숙박은 2014년 15.61%에서 지난해 14.47%로 인천시민의 ‘당일치기’ 서울 쇼핑이 활발해졌다고도 한다. 조 박사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인천의 낮은 서비스업 경쟁력과 유동인구 비율, 전자상거래 회사 부족 등을 꼽았다. 여기에는 사통팔달 교통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철길뿐 아니라 고속도로 등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돼 서울의 매력적인 시장에 소비유출이 가중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도 서울로 소비유출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쉬는 날이면 GTX타고 서울에서 쇼핑하며 실컷 놀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대열에 들어설 것 같다. 그렇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인천이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변변한 쇼핑몰이 있나, 그렇다고 문화적으로도 서울보다 낫다고 할 만한 게 있나. 인천으로 소비를 끌어들일 요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라도 대안을 찾아보자. 교과서적이거나 서울 흉내내기가 아니라 인천이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내걸고 서울과 경기 사람들을 유인해낼 수 있는 진짜 인천다운 대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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