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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권선구 A아파트 배기 덕트 구조물 철거공사 모습.
"아파트 외벽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7시 7분께 수원시 재난상황실에 수원소방서로부터 긴급상황이 전파됐다. 권선구 A아파트 단지 한 동의 외벽에 설치된 정화조 배기덕트(환기구조물)가 탈착(脫着)됐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구조물이 붕괴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신고 접수 30여 분 만에 이영인 도시정책실장, 김용덕 안전교통국장, 조진행 시민안전과장 등 수원시 관계자와 소방관, 경찰 등이 현장에 출동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먼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시청 공직자들은 구조물이 접해 있는 해당 동 1~2라인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곧 고원준 안전기술사(한국건설기술원 대표)가 육안으로 현장을 점검했다.

 지상 15층 아파트 본건물과 접합된 정화조 배기덕트 연결 부분이 벌어져(1~2라인 7~15층 구간) 배기덕트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배기덕트와 별개 구조물인 아파트 건물은 이상이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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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태영 수원시장이 긴급주재회의를 열어 권선구 A아파트 관련 지시사항을 말하고 있다.
 시는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를 설치했고, 현장으로 달려온 염태영 시장은 "철저하게 건축물을 점검하고, 긴급대응·주민 지원체계를 구축해 주민 불안을 해소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염 시장 주재로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진행한 뒤 최병정 경기대 플랜트건축공학과 교수, 윤영만 수원과학대 토목안전과 교수(수원시 안전관리 자문위원), 한홍수 SM구조안전진단 기술사 등 전문가 3명이 정밀안전진단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즉시 철거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이영인 도시정책실장은 언론브리핑을 실시하고 안전진단 결과와 철거계획을 알렸다.

 시는 주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전문가들과 ‘가장 안전하고 신속한 철거 방법’을 논의한 뒤 철거업체를 선정했다. 같은 날 오후 이택용 권선구청장은 대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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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구조물 철거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공사 관계자를 위해 사랑의 밥차 자원봉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일 염 시장은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철저히 대비하라"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철거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주민 안전을 위해서라면 항의를 받더라도 원칙을 갖고 철거 작업을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 아파트 본건물과 탈착된 환기구조물을 밴드로 고정하는 전도(顚倒) 방지 작업이 시작됐다. 고정 작업을 하려면 1~2호 라인 아파트 실내에 밴드를 묶어야 했다. 주민들이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주며 적극적으로 협조한 덕분에 신속하게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대피 요청에도 불편을 감수하며 따라줬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21일 본격적으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철거업체는 200t급 크레인 1대와 50m 높이 고소차(高所車) 2대, 인부 20여 명을 동원해 환기구조물을 한 층씩 해체했다. 이날 하루 지상 8∼15층 구간 구조물을 철거했다.

 22일 철거 작업을 재개했고, 마침내 오후 1시 50분 철거가 완료됐다. 초조하게 철거 작업을 지켜보던 주민들과 수원시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4시에는 대피했던 1~2호 라인 주민들이 4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중단됐던 가스 공급도 재개됐다.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는 임무를 완수하고 23일 철수했다. A아파트는 현재 구조물을 떼어 낸 벽면을 수리하는 마감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 주 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시 공직자 및 봉사자들은 18일부터 23일까지 밤낮 없이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와 구조물 탈착이 일어난 현장을 지키며 ‘주민 안전과 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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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 퇴거한 주민들을 응원하는 메시지.
 시는 주민 설명회, 주민과의 대화, 문자메시지, 시 SNS 등으로 주민들에게 이러한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렸고 염 시장은 개인 SNS에 7차례에 걸쳐 상세하게 소식을 전했다.

 또 인근 경로당, 교회, 수원유스호스텔 등에 주민 대피소를 마련했고 대피 주민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20일 밥차 운영을 시작해 22일까지 대피 주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시는 이번 사건 대응에 대한 평가보고회를 열고 대응 과정을 담은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백서는 재난사고 대응 매뉴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시는 철거 현장에 고정형 CCTV 3대를 설치해 모든 철거 과정을 녹화했다.

 또 긴급재난 상황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관리기금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A아파트와 같이 조립식 공법으로 건축한 지역 6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염태영 시장은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 준 아파트 주민 여러분과 체계적으로 대응해 준 공직자, 봉사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 재난 대응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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