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심여칭(我心如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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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심여칭(我心如秤)
  • 전정훈 기자
  • 승인 2019.08.30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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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공평함이 우선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란은 이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과 위법성 여부를 넘어 대입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기하고 있다. 2008년 입학사정관제 시범도입으로 시작된 학생부전형은 2019학년도 전체 모집정원의 25%를 차지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잠재력 있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위 ‘스펙 만들기’ 과정에서 부모의 경제력과 인맥,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아동 종합실태 조사’에서 9~17세 초·중·고교생 개인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5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데 건강, 성취, 관계, 안전, 동네, 현재 생활수준, 미래안정성 7개 영역의 만족도 가운데 현재 생활 수준과 미래 안정성의 점수가 유독 낮았다.

 현재의 생활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뜻이며, 미래 안정성에 낮은 점수가 매겨진 것은 그런 격차를 극복하는 일을 매우 힘겹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아이들의 행복도는 이렇게 사회 구조적 문제와 직결돼 있다. 즉 부모의 경제력과 인맥, 사회적 지위 등이 대학 진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공정함을 유지할 수 없고 결국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의 단초는 공정함에서 시작된다.

 ‘아심여칭(我心如秤)’이란 말이 있는데 저울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모든 일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정치가 제갈량 고사에서 유래됐다. 제갈량은 유비에게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었던 이엄이 맡은 직무를 소홀히 하자 죄를 엄하게 물어 관직을 박탈하고 평민으로 강등시켰으며 절친한 친구 마량의 동생인 마속이 패전하자 책임을 물어 참형에 처했다. 제갈량은 이처럼 사사로운 정에 흔들리지 않았고 저울처럼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했기에 오늘날까지 존경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캐치프레이즈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공정함의 가치를 지켜나갈 때에만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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