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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학 제물포고 교감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학교는 영원한 모교이며 학우는 영원한 동문이다. 누구나 모교에 대한 기억은 남다르다. 그런데 그것이 사람에 따라 잠시 거쳐 간 인생의 간이역으로 남기도 하고, 반면에 인생에서 위대한 도전을 향한 꿈을 키워 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이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모교에 대한 긍정적인 추억이 많은 사람들은 학창시절 주인정신으로 무장한 당사자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학생에게는 모교에 대한 주인의식과 또 학창시절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보려는 도전정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여기엔 본인과 학교차원의 노력, 두 가지의 융합이 필요하다. 학생 개개인 입장에서 볼 때, 몇몇 특수목적 학교를 제외하고는 요즈음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애착이 그리 강하지 못하다. 과거엔 선발시험에 의해서 자신이 선택하고 응시해 경쟁에서 승리해 합격의 영광을 얻은 경우라 남다른 소속의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다수의 학교가 주거지를 중심으로 가까운 학교와 아니면 밀려서 먼 거리의 학교로 배정이 되는 경우로 구분된다. 1지망에서 25지망을 훨씬 넘는 순위까지 다양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거기엔 불행히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곳을 배정받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소속감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혹자에게는 3년간의 학교생활이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다행히도 입학 후에 무언가 계기가 되어 애정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행운이다. 따라서 학교 입장에서는 소속 학교에 대한 주인정신을 고취시키는 일이야말로 학교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신입생과 대화를 나누었다. "요즘 학교생활이 어때?" "학교가 멀어서 통학하기가 힘들어요." "얼마나 시간이 걸리지?" "1시간은 잡아야 해요" "그래? 참 힘들겠구나. 학교는 어때?" "학교는 참 마음에 들어요. 생각보다 좋은 학교예요" "다행이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너의 꿈을 이루어야지?" "예, 친구들도 좋아서 재미있게 지내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 "학교가 어떤 점이 좋지?" "학교의 오랜 전통과 우리를 존중해주는 점이 좋아요" "그래. 이 학교의 주인은 바로 너란다. 즐겁게 생활해라.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라" "감사합니다. 저도 이 학교의 주인이란 게 너무 좋아요" (…) 학생은 자신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말에 눈빛이 빛났다. 그리곤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신입생에게 얼마나 주인정신이 중요한 것인지 말해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주인의식을 갖게 될까? 학교는 전교생에게 기회만 되면 학교의 전통과 역사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동문들의 활약상을 소개해준다. 이것은 동문들의 모교 사랑으로 각종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기회를 활용하면 더 없이 좋은 홍보다. 그 밖의 주요한 학교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문들의 입각 소식과 운동부 학생들의 우승 소식, 그리고 각 분야에서의 동문들의 활약상 등을 끊임없이 소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개교 65년 역사에서 63년의 전통을 이어가는 전국 최초의 무감독 시험 제도가 양심으로 무장한 주인의식을 고취시키는 1등 공신이다. 그동안 몇 차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랑스러운 무형문화재격으로 유지해온 이 위대한 전통은 주인정신의 상징으로 당당하게 작용하고 있다.

 학교는 지식만 전수하는 곳이 아니다. 공동체 삶에 필요한 소속의식, 책임감, 바른 성품을 심어주고 가꾸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주인정신으로 가능하다. 학교는 학생 자신의 한 부분이다. 때문에 학교의 주인이 어떤 생활을 해야 할 것인가는 자명하다. 어느 학교든 자랑스러운 전통과 교훈을 집중 부각시키면 학생은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모든 학교가 주인정신을 학생들에게 고취해야 할 까닭이다. 이것이 학교 교육의 성공을 기약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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