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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양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영혁신처장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공직자 시절부터 강조했는데, 과연 나는 중소기업 제품을 얼마나 쓰고 있을까?"

 지난 3월 중소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영혁신처장으로 부임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휴일에 집 안을 찬찬히 둘러봤다.

 숟가락, 이쑤시개, 그릇, 거울, 칫솔 이렇게 하나하나 살림살이를 뜯어보니 중소기업 제품이 너무 많아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잠깐 고민 끝에 역발상을 했다. 대기업 제품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훨씬 쉬울 거 같았다.

 자동차, TV, 냉장고, 에어콘, 세탁기, 컴퓨터,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 그리고 살고 있는 아파트.

 또 뭐가 없을까? 한참을 고민해 봤지만 더 이상 없었다. 좀 값이 나간다 싶은 소파와 침대도 대기업 것은 아니었다.

 물론 아파트와 자동차가 있으니 자산 가치로는 대기업의 재화(財貨)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하다.

 하지만 수량 면에서는 우리네 살림살이의 90% 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새삼스러운 자체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 아파트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고, 냉장고, TV를 만들 때도 중소기업들이 협력을 담당하니 중소기업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대기업은 수출을 주도하고 집약적 생산 시스템과 자본력으로 고부가가치를 추구한다. 그러니 인력 대비 수익이 월등하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근간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2016년 기준) 수는 354만7천101개로 전체 기업의 99.9%, 종사자 수는 1천435만7천6명으로 82.2%를 차지한다.

 국세청의 ‘2018년 법인세 분위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74만여 법인사업자의 총매출은 5천22조 원이다. 이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절반씩이다.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주도하는 것 같지만 기업 전체 매출의 절반은 중소기업이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지은 아파트에 살며 대기업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대기업이 만든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결국은 우리 생활의 절반은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경제 규모 면에서 우리 이웃이고 가족인데, 이런 중소기업들이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 조치에 대해 속수무책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랫동안 기술 도입과 R&D에 매진해온 중국 기업들의 도전도 위협적 요소이다.

 물론 국가와 지자체, 공공부문이 여러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중소기업 사랑이 필요하다.

 ‘YES 삽니다! 중소기업 제품!’과 같은 국민적 동참이 이뤄졌으면 한다.

 그렇다고 모든 외국산 제품을 불매하자는 건 아니다. 기왕이면 중소기업 제품, 기왕이면 우리 이웃 제품을 구매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곧 추석이다. 많은 이들이 지인들에게 정성을 담은 선물을 준비할 때다.

 이번 추석엔 ‘YES 삽니다! 중소기업 제품!’ 캠페인이 일어나 우리 이웃, 우리 가족인 중소기업들에게 보탬을 줬으면 한다.

 전체 기업의 99.9%, 종사자 수의 82.2%를 차지하며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이 절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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