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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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범 아나운서
  • 기호일보
  • 승인 2019.09.05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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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매년 200회 안팎의 행사 사회를 보는 저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들이 있습니다. 일일이 다 풀어놓자면 풍성한 이야기 거리가 될 것입니다만 그 중 몇 개만 꼽아보자면 지난 2013년 ‘인천 정명(定名) 600년 기념음악회’를 들 수 있습니다.

 인천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지 600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 열렸던 대형 공연이었습니다. 이름하여 합창 다큐멘터리 ‘오! 인천’입니다. 흔히 보는 합창 공연과는 많이 다릅니다. 600년을 상징하는 의미로, 어린 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모두 600명의 시민들이 인천시립합창단과 함께 부른 인천의 역사! 참으로 의미 있는 무대였습니다.

 지휘를 맡았던 윤학원 예술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합창 지휘자로, 20년 동안 고향인 인천에서 시립합창단을 이끌며 세계 최고의 합창단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전무후무한 새로운 장르인 ‘합창 다큐멘터리’는 당시 인천시립합창단의 전임 작곡가였던 우효원 선생이 인천의 역사를 공부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입니다. ‘하늘, 땅 그리고 바다가 공존하는 도시’를 합창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저는 그 공연의 내레이션(낭독)을 맡게 됐습니다. 그동안 인천시립합창단뿐만 아니라 수많은 합창단 공연 등 클래식 연주회, 콘서트 사회를 맡았지만, 그것은 모두 진행자로서 무대에 섰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공연은 진행자로서가 아니라 제가 직접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무대에 섰던 것이니까 제게는 대단히 인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내레이션 원기범 아나운서’라고 인쇄된 포스터와 팸플릿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평소 너무나 좋아하던 합창단 공연에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노래와 노래 사이의 내레이션은 물론이고 곡 중간에도 내레이션 부분이 많았는데 혹시라도 제가 박자를 잘못 맞추거나 실수를 하면 오랫동안 공들인 공연 자체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각별히 더 신경 써서 준비하고 연습했던 생각이 납니다. 위대한 합창 다큐멘터리의 가장 끝 곡은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인천 아리랑’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문화예술회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커튼콜을 20분 이상 받았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원래 일회 공연으로 기획됐습니다만 앙코르 공연으로 이후 4번이나 더 추가로 공연을 하게 된 것 역시 잊지 못할 일입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공연은 2016년부터 시작된 인천합창대축제입니다.

 이 공연에는 매년 사회자 (MC)로 함께해오고 있습니다. 합창의 도시답게 인천에는 많은 합창단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합창단은 물론이고 각 지역사회, 직장, 동호회 게다가 관내 각 구립, 군립합창단, 그리고 세계 정상 수준의 인천시립합창단까지, 참으로 다양한 합창단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합창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합창축제를 만들자는 것인데 올해 2019년에 벌써 4회째를 맞게 됐습니다. 매해 행사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은 물론이고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원들까지도 모두 깊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인천시립합창단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휘자 김종현 예술 감독은 "합창은 가장 아름다운 소통의 도구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자기 소리만 크게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 거기에 잘 맞춰서 화음을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일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전적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소통의 시작은 ‘경청 (귀담아 듣는 것)’입니다. 자기 주장만 고집하고 목소리를 높여서는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잘 소통하려면 합창인의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제4회 인천합창대축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60개 합창단이 참가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멋진 화음과 합창의 세계에 빠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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