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처인구 한 서점에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빌렸다. 경전철을 이용해 통학하는 학생 B씨는 경전철역에 설치된 무인스마트도서관에서 「아몬드」를 대출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주부 C씨는 도서관 빅데이터를 통해 「역사의 역사」를 추천받았다. 이들 도서는 모두 용인시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것이다.

 올해의 책은 시가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매년 성인·아동을 대상으로 10권씩 선정하는 추천 도서다.

 지난해 용인시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535만여 권이다. 107만 시민이 한 해 1인당 5권의 책을 빌린 꼴이다. 책으로 소통하려는 시의 다양한 노력을 살펴본다.

15(1).jpg
용인시가 선정한 ‘올해의 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들.
# 올해의 책

 올해의 책 독서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처음 시작된 ‘한 도시 한 책 읽기’ 독서운동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당시 사서였던 낸시 펄(Nancy Pearl)은 ‘책을 통해 시민들을 응집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이 운동을 고안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시민과 기관, 단체 등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이 운동은 이후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번져 2009년 용인에 상륙했다. 시민 스스로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독서의 즐거움을 되찾게 하는 게 목표다. 시는 토론과 강의 등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해 책을 ‘읽는’ 데서 나아가 오감으로 ‘경험’하도록 돕는다.

 「엄마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8권의 책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까지 사서가 미리 정한 1~2권으로 시민들과 독서캠페인을 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아동·성인별로 10권의 후보를 두고 시민이 직접 읽을 책을 선택하도록 했다. 지난 10년간 이 운동으로 지역에 독서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판단에서다.

15(2).jpg
▲ 교과 연계 도서 꾸러미 서비스.
 올해 선정한 도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용인시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됐던 도서와 사서들이 추천한 도서 가운데 시민들이 공감하며 토론할 수 있는 책으로 골랐다. 선정 도서는 일반부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아몬드」, 「역사의 역사」 등 10권과 아동부문 「아빠의 귓속말」, 「알사탕」, 「내멋대로 친구뽑기」 등 10권이다.

 시는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낭독회, 독서토론, 인형극, 찾아가는 독서특강, 전국 독서감상문 대회, 문학기행, 작가 초청 강연회, 필사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더 편리해진 도서관

 무인스마트도서관은 거리가 멀거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도서관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365일 지하철역사에서 편리하게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시 지역엔 분당선 기흥, 죽전역과 경전철 운동장·송담대역, 신분당선 성복역 등 4곳에 무인스마트도서관이 있는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출퇴근길에 쉽게 빌려 볼 수 있다. 대출과 반납은 무선인식시스템인 RFID(전자인식태그) 기술로 자동 진행되고, 보관 도서 검색과 베스트셀러, 신간 도서, 추천 도서 등 도서 정보도 제공된다.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다.

15(3).jpg
▲ 책을 읽고 있는 백군기 용인시장.
 이용을 원하는 시민은 대출 버튼을 누른 뒤 도서관 회원증을 리더기에 대고 본체에 있는 화면에서 원하는 도서를 선택해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시 도서 대출 회원증이 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1인당 2권씩 2주간 빌릴 수 있다.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려야 할지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선 다른 이용자들의 대출·열람 등 패턴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연령·성별·대출 도서 등 키워드만 검색하면 연관 도서를 제안해 주는 등 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도서명을 검색하면 비슷한 이용자가 대출한 도서, 시와 전국 도서관의 베스트 대출 도서 등을 알아서 추천한다.

# 어린이를 위한 독서캠프 및 교과 연계 도서

 시는 초등생들이 책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책을 읽는 게 어렵다는 막연한 선입견을 바로잡고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초등 3~5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관내 12개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다양한 독서활동을 하는 1박 2일 독서캠프를 10월까지 진행한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올해의 책’ 어린이 도서로 선정된 「한밤 중 달빛 식당」을 함께 읽고 조별로 독서신문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관측하거나 LED전구를 이용해 별자리를 만드는 캠핑 체험도 할 수 있다.

 초등 교과과정에 관련된 도서 5권을 한 번에 빌려 볼 수 있는 교과 연계 도서 꾸러미 서비스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인기다.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기 쉬운 4~6학년생들이 이 책들로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이 꾸러미는 디지털정보도서관에서 매월 1~7일 동안 대출할 수 있다.

15(4).jpg
▲ 희망도서 바로대출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
# 희망도서 바로대출제

 시가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희망도서 바로대출제가 쇠퇴해 가던 지역 서점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읽고 싶은 새 책을 동네 서점에서 바로 대출하는 것인데, 3주간 책을 읽고 서점으로 반납하면 시가 책값을 지불해 도서관 장서로 등록한다.

 초창기엔 이 서비스에 참여한 서점이 3곳, 대출자 수도 57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5년 사이 서점은 20곳으로 늘어나고 대출자 수도 20배에 달하는 2만5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예산도 2천만 원에서 8억 원으로 늘었다.

 시민은 서점에서 신간을 빌려 볼 수 있고, 서점은 경영난의 돌파구를 찾게 됐다. 시는 시민들의 수요를 반영한 장서 확보로 도서관을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입지를 굳히게 했다. 이 제도는 수원·원주·여수·포항 등 타 자자체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사진=<용인시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