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남동구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의 한 과일가게가 이른 추석에 대처하기 위해 복숭아와 포도·멜론 등 여름과일을 추석선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 인천시 남동구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의 한 과일가게가 이른 추석 대목을 위해 복숭아와 포도·멜론 등 여름과일을 추석선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변덕스러운 가을장마와 태풍으로 과일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자 추석을 앞둔 상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시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에는 조생종인 홍로를 뺀 다른 품종의 사과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보다 추석이 열흘가량 빨라 일반 사과가 나올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하루 전인 4일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사과 품종은 홍로가 전부였다. 1등급 홍로 1상자(5㎏)에 평균 1만8천819원, 최고가는 3만 원에서 거래됐다. 양광·홍옥·요과 등 비교적 가격 선택 폭이 넓은 품종은 9월 중순이 지나야 수확된다. 따라서 사괏값이 체감상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상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 제수용 과일인 배는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등급 배(신고배) 1상자(15㎏)가 최저 1만7천 원, 최고 3만5천 원에 거래된 반면 4일 같은 품종의 배는 1상자에 최저 2만2천 원, 최고가 4만2천 원이었다. 도매업자들은 지난해 폭염과 냉해 등으로 피해를 크게 입은 탓에 폐원한 과수원이 많아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주말에는 태풍 ‘링링’까지 북상하면서 농작물 피해와 수확 방해 등으로 가격 상승은 물론 품질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의 한 도매상인은 "배를 주로 소비하는 추석 대목에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공급과잉으로 상품성은 가을 내내 계속 떨어지게 된다"며 "안 그래도 수확 시기에 앞서 추석이 있는데다 연휴도 짧고, 설상가상 태풍까지 덮쳐 걱정"이라고 말했다.

모래내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한 시민은 "원래 차례를 지낼 때 배는 5개 정도 올렸었는데 올해는 1개당 3천 원 정도로 비싸 3개로 줄일까 고민 중"이라며 "추석 선물도 가공식품이나 고기 종류로 대신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선 상인들도 있다.

석바위시장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배는 제수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소분 판매하고, 멜론이나 키위를 제수용 과일로 추천하는 다소 색다른 판매 방법을 선보였다. 과일 선물세트는 망고·키위·복숭아 등 여름철 과일 위주로 대체했다.

석바위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요즘 복숭아가 제철이라 아주 맛이 좋다. 이가 약한 어르신들은 오히려 부드러운 식감의 복숭아나 망고가 선물로 더 좋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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