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인 0.0%를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 이하에 머물렀고, 8월에는 사실상 첫 마이너스(-0.0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후 54년 만의 역대 최저 기록이라고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최근의 정치·외교적 현안들에 묻히면서 이번 통계 수치가 내포한 의미에 대해 별다른 위기 의식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더 큰 걱정이다.

이 통계를 보는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과 인식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 국면에서 시장 내 수요 자체가 위축된 구조적 결과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가깝다는 것이 진단이다. 경제전문가들의 이런 진단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당장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나섰지만 물가가 떨어지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등 디플레이션 진행 조짐에 정책 당국자들이 초조해 하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의미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으로는 저물가 현상을 반길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더 우려한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의 부정적 요인에 더 크게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투자 감소와 개인 소비가 줄면서 기업의 생산감소 및 임금 저하, 재고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들게 되면서 장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부정적 요인에서다. 디플레이션이 장기간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큰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적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1990년대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약 20년이 넘게 만성적 디플레이션에 빠졌고, 이 기간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된 바 있다.

지나친 우려도 안 될 일이지만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 신호가 발신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물가 상승률이 0%대로 8개월이나 지속하고 통계 작성 후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위험을 알리는 징표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경제는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 상황이다. 경제가 활력을 찾도록 적극적이면서도 적절한 대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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