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대화는 인천시민의 응집력이자 격려예요. 400회에 오기까지 돈과 권력이 아닌 오직 시민의 소리만 있었다고 봅니다."

 지난 33년간 인천시민의 아침을 깨운 ‘새얼아침대화’가 400회를 맞았다. 아침대화가 시작된 1986년부터 2019년까지 시민들은 한데 모였고, 지역 현안에 머리를 맞댔다. 느리지만 한 걸음씩 걸어온 아침대화의 어제와 오늘, 나아갈 미래를 지용택(82)새얼문화재단 이사장에게 들어봤다.

 새얼아침대화의 역사는 서울 아시안게임이 개막하던 1986년의 4월 8일 조용한 식당에서 시작됐다. 박광성 인하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김포 굴포에 대하여’를 주제로 강연했고, 총 21명이 모였다. 아무도 인천을 주목하지 않던 시절, 아침대화가 내디딘 첫걸음은 회를 거듭하며 시민의 힘으로 단단해졌다.

 지 이사장은 "지금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넓은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꾸준히 했다. 언론의 자유도 없는 어려운 때였는데, 100회 때는 앞바다에 배를 띄워 회원들을 태우고 김지하 시인을 불러서 강연했다.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초창기 아침대화를 회상했다.

 아침대화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보수 논객인 류근일·김대중 씨를 비롯해 리영희·홍세화 씨 등 우리 사회의 진보적 목소리들을 두루 아우르는 이론적 중립지대를 형성해 왔다.


 이론적 중립은 ‘정치인을 연사로 세우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침대화에서 대통령 후보나 시장 후보, 공직 신분에 있는 장·차관 등을 뺀 정치인은 연단에 설 수 없다. 시민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향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중립을 지키려 노력했다. 지 이사장은 아침대화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이 ‘공정성’을 꼽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연사를 추천하기도 하고 부탁하기도 하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는 이는 세우지 않았다. 기울어지게 되면 다른 한쪽은 오지 않게 된다.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했기 때문에 인천시민들이 아침대화를 많이 사랑해 줬다.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면 33년이란 시간 동안 아침대화가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원칙 아래 아침대화의 주제는 분야를 넘나든다. 강연 시점에서 시민들이 꼭 들었으면 하는 메시지나 현안 위주로 짜여진다. 올해만 봐도 인천시장과 인천시교육감의 강연으로 시작해 부동산경제, 남북경협, 미세먼지, 인천지방국세청 개청, 청년문제, 현대사 등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내용이 때에 맞게 소개됐다.

 아침대화에는 강연뿐 아니라 현안을 읽을 수 있는 묘미가 하나 더 있다. 강연에 앞서 준비된 지 이사장의 1분 스피치다. 1분 스피치를 듣기 위해 참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이 짧은 시간은 아침대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됐다.

 지 이사장은 "지금은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으니 ‘아침대화가 인천에 정착됐다’고 할 수 있다. 날씨가 궂은 날이면 혹시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찌하나 걱정도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주시는 열성 팬들이 있다. 그 많은 분들이 아침 7시에 강연을 듣고자 오는데 신중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1분 스피치도 굉장히 고민하면서 조심스럽게 준비했다. 내 스스로 자문도 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며 책임감을 내비쳤다.

 아침대화에서 모인 시민의 소리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러가지 않았다. 시민들은 그 소리를 모아 행동으로 옮겼다. 주민과 합의 없이 추진한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을 실천해 성공했으며, 인천대교 주경간 폭 확대운동에 나서 시민의 뜻을 성취했다. 정부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어나 시대 상황을 타개할 방법과 노력을 찾는 것이 시민의 힘이다. 지 이사장은 역사를 부정하고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에 대항하는 최근의 움직임도 시민의 힘이 발현되는 과정이라고 봤다.

 그는 "정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야 오래 가기에 아침대화도 보조를 받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뜻이 모여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어느 것이든 하루아침에 갈 수는 없다. 최근 불고 있는 노재팬 운동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어려울 때 시민은 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먼저 깨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하지만 지금 일본과의 관계는 ‘노 재팬’이 아닌 ‘노 아베’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400회를 맞은 아침대화는 이제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하려 한다. 이는 인천의 미래이자 인천 사람들이 해 나가야 할 일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가 키워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지만, 주위 환경과 격려가 있으면 사람이 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가르침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더라고 꾸준하게 해 나가고, 또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지난 33년 동안 아침대화를 만들어 온 시민들이 그러했듯 느리더라도 정직하고 꾸준하게 사람을 키우고 서로 격려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인천을 기대한다.


 지 이사장은 "아침대화를 처음 시작할 때 ‘우공이산’ 이야기를 했다. 내가 하다가 안 되면 아들과 손자, 주위 사람들까지 협력하면 산도 결국에는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그런 일을 시도하는 사람, 노력하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우리 자신은 비록 그런 세상에 살 수 없더라도 우리 후배, 후손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침대화가 그 역할을 선도하고 싶다. 앞으로 아침대화에 외국 석학도 많이 불러서 시민들이 직접 듣고 질문도 했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강연을 경청하러 많이 왔으면 한다. 그 사람들이 이제 아침대화의 주인"이라며 희망을 전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