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가 대내외 수요 위축으로 부진한 모습"이며, "수출·투자·소비 모두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KDI에 따르면 8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3.6%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30.7%), 석유화학(-19.2%), 석유제품(-14.1%)에서 부진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설비투자가 작년보다 4.7% 감소했다. 건설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건설투자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는 52.7%, 주택 착공은 8.7% 감소하면서 향후 건설시장 부진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수요 부진이다. 7월 소매판매액이 작년보다 0.3% 줄어들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0.04%로 1965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3.4p 내린 92.5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침체와 디플레는 물론 안전자산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며 ‘트리플(성장률·물가·금리) 마이너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에선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여력이 점점 어려워지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동반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식적인 진단과 달리 수요 요인에 의한 디플레이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만약 ‘수요 감소’에 의한 디플레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기업 입장에서 상품의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줄어든다. 이는 고용과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급증하고, 막대한 재정 지출이 이뤄졌음에도 성장률이 추락하고 물가가 바닥을 기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물론 경제가 일시적으로 가벼운 몸살에 걸렸을 땐 재정확대와 같은 약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중병에 걸렸을 땐 구조조정, 노동개혁 같은 수술을 해야 문제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아울러 몸을 건강하게 하는 근본적인 방법이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이듯 국가 경제도 R&D와 인적·사회적 자본 같은 요소 생산성 향상에 투자하며,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경제적 자유도를 높여줘야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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