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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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 박종대 기자
  • 승인 2019.09.16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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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시대에 활동한 시인 두보가 쓴 ‘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시에 보면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당춘내발생(當春乃發生)’이란 구절이 나온다.

 의미를 풀이하면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봄이 되니 내린다’는 뜻이다. 시 구절을 보면서 근자에 벌어진 한반도 상황이 떠올랐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을 앞두고 우리나라는 한 달 동안 장관 임명을 둘러싼 자격 논란이 정국을 뒤덮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 뉴스에 국민이 지쳐갈 때쯤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찾아와 전국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하급관리직으로 잠시 관직에 머물기도 했던 두보는 안록산의 난을 겪고 난 뒤 중원에 기근이 찾아오자 방랑의 길을 택한다. 그는 일생 대부분을 방랑생활로 가난하게 살면서 당대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을 썼다.

 ‘춘야희우’는 두보가 사천지방 청두에서 두보초당(杜甫草堂)을 짓고 농사를 짓던 50살 무렵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초당은 우거진 풀로 덮여 있는 곳을 말한다.

 두보는 오랜 유랑을 보낸 후 사천에 가족을 데리고 와서 초당을 짓고 가장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하면서 서정적인 감성을 지닌 이 시를 썼다. 그는 이곳 사천에서 240여 편의 시를 지는 듯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였다. 두보는 초당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시를 썼던 것일까. 당시 중국에서 일어났던 안녹산의 난은 번영을 구가하던 장안을 잿더미로 만들면서 나라를 위기로 빠뜨렸다. 이 과정에서 두보 역시 가족과 헤어져 갖은 고생을 했다.

 아마 두보는 이러한 사태를 봄이 오기 위한 좋은 비로 여겼을 지도 모른다. 결국 여야 진흙탕 싸움처럼 비춰졌던 장관 임명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추진하면서 일단락됐으나 향후 정국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 역시 지나가면서 자치단체와 봉사자들이 복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차츰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 사이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성큼 다가왔다. 우리가 올 여름에 만난 이 비가 ‘때를 알고 내린 좋은 비’이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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