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랄 줄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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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랄 줄 아는 것
소윤희 동두천시 불현동 행정복지센터
  • 기호일보
  • 승인 2019.09.1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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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윤희 동두천시 불현동 행정복지센터
동두천시 불현동 행정복지센터에 첫발을 내디뎠던 후로 지금까지 1년이란 시간을 바라보게 됐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단순히 계절이 한 바퀴 돌아 같은 여름을 맞이하며 느낀 것만은 아니었다.

 가령 나만 느낄 수 있는 변화들이 있었다. 민원대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마주해 번호표 벨을 누를 때의 어색함이 어느덧 익숙함으로 바뀌었다는 것.

 전임자에게 받은 인수인계서와 업무를 배울 때마다 수도 없이 적어놓았던 메모가 담긴 수첩들을 펼쳐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것.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이곳은 ‘처음’이란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업무도, 사람도, 모든 것이 서툴렀던 그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주어진 업무를 잘 다루고 싶다는 바람이 분명한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앞서 느껴졌던 변화들은 꽤나 달가웠다.

 내 몫을 다하고 있다는 여유가 생겼을 때, 불시에 마음 한 구석에서 의심이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누군가 바라는 것을 전부 이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는 것이 맞는 걸까.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내가 놓친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의 하나는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민원’인에서 민원‘인’으로 관점을 바꾸었을 때, 그 차이는 컸다. 그동안은 ‘민원’에 관한 업무에만 너무 치중해, 내가 아는 것만 갖고 사람을 대하려 하지 않았을까. 모니터 밖으로 시선을 비껴가면,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뭉뚱그려 되풀이되는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동안 받아왔던 민원서류와 밑줄 그어진 편람들을 과거의 흔적으로 삼아 내 한 해의 윤곽을 되짚어 볼 수 있었지만, 나를 만난 사람들이 가졌을 마음이란, 그 당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돌이켜 측량할 수 없는 것이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창밖에 걸린 달을 보게 되는 것이 일상이다. 달도 늘 흐리다가 맑아지고, 둥그레졌다가 이지러지곤 하는데, 특히 매월 중반이 되면 달이 가득 차 밝은 빛을 발하는 만월(보름달)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다. 문득 달이 해의 빛을 받아 빛나는 것이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하는 달을 각자의 처지에서 피어난 희로애락의 정서에 빗댈 수 있다면, 비로소 마음과 마음이 만나 긍정적인 영향을 나눔으로써 더욱 밝아진 그 모습을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자리에서도 실현하고픈 바람이 생겼다.

 이런 보름달을 의미하는 한자어인 ‘望(망)’이 바란다는 뜻을 가지게 된 동기가 이에 있지 않을까. 오직 민원인만이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도 바랄 줄 알아야 한다.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깨달은 상태로부터 나올 수 있기에, 더 많이 배우고 움직이게 한다. 단순하게 듣고 받아들이기 이전에, 민원이 해결되기를 함께 바라는 마음을 갖추게 한다.

 다만, 그것을 깨닫게 되는 시기는 일정하지 않고, 이 시기를 통해 얻게 되는 성숙은 단순히 시간에 비례하지 않음을 알아가고 있다. 적당히 만족할 줄 아는 것보다 많은 것을 바라고, 이뤄낼 준비를 하는 나는 과거형이 아닌 언제나 현재진행형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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