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도 행복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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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행복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항진 여주시장
  • 기호일보
  • 승인 2019.09.1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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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항진 여주시장
지난 8월 24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박진도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회원도시 단체장, 부단체장 아홉 분과 20여 명의 공직자와 함께 행복의 나라로 알려진 부탄(The Kingdom of Bhutan)에 다녀왔을 때의 일입니다.

 파로(Paro)공항에 내리자 우리를 안내해 줄 현지 가이드인 구룽(Gurung)이 환영의 의미를 담은 흰 무명천을 목에 걸어주며 쿠주장폴라(Ku-Zu Zangpo-la)! 라고 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부탄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인사말이랍니다. ‘당신과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바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인사말부터 색달랐습니다. 인사말을 배우고 만나는 부탄 사람들에게 ‘쿠주장폴라!’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8살 된 초등학생부터 국무총리까지 한결같이 환한 표정으로 답해 주었습니다. 덩달아 저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가장 많이 본 풍경은 아무렇지 않게 개와 소가 길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개도 사람도 익숙한 듯 개를 피해 운전하고 개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도 사람에게 손찌검을 당하거나 위협을 느낀 적이 없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누워 있는 개들과 좁은 도로 탓에 느릿느릿 갈 수밖에 없었지만, 왠지 기분은 좋았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최대호 안양시장과 안승남 구리시장께 첫인상을 물었습니다. 그분들도 그 풍경이 인상 깊었다 하셨습니다. 사람도, 개도 행복한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연수단은 박진도 위원장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부탄 행복의 비밀」을 배우기 위해 부탄에 갔습니다.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1/10, 국토는 남한의 ⅓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입니다. 인구도 73만 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의 증진을 국정 목표로 삼고, 국왕들이 솔선수범해 권력을 내려놓은 끝에 UN 행복도 조사에서 1위에 올라 전 세계적으로 ‘행복의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겠습니다. 불과 100년 동안 우리는 조선,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해방과 분단, 급속한 경제성장, IT혁명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이제 전 국민이 굶주리는 시대는 지났으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돼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고 있습니다. BTS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을 만들어 낸 저력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하지만 시민 한 명 한 명의 삶에 ‘행복’이라는 기준을 대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학생들은 경쟁에 지친 어깨로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취업준비생은 바늘구멍으로 비견되는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스펙 쌓기에 몰두합니다. 워라밸과 승진 사이에서 고민하던 직장인은 결국 ‘집에 저녁 먹고 들어간다’는 문자를 보냅니다.

 우리에게 ‘행복’은 어쩌면 ‘순간’인 것 같습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해방감.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의 안도감. 원하는 곳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 같은 감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행복’이 ‘순간’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일상’이어야 합니다. 가족과 저녁을 함께 만들며, 주말에 가까운 곳에 산책하러 나가며,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우리의 행복이 점점 가까운 곳에 ‘일상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물론, 그런 행복한 일상을 위해 지금의 순간을 희생하고 참고 견디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출금만 다 갚고 나면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애들만 다 크면 그때부턴 행복하겠지처럼 ‘견딤의 미학’ 믿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의 순간이 찾아온다 해도 평소 행복을 즐겨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행복을 의심하고 더 큰 행복을 위해 또 현재를 희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주목하는 삶을 사는 시민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나의 행복을 정부에 제안하고, 그것이 정책이 돼 더 많은 사람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시민 참여도 필요합니다. 정부는 시민이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서 ‘행복의 조건’을 마련하는 생각의 전환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이 일상의 언어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도 이제 행복할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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