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는 것을 이번 추석명절 때 다시금 느꼈다. 좀 초라하면서도 당연히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식의 한 사람으로 부모님만큼 소중한 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모는 그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 역시 같을 것이다.

 이번 추석 때 어김없이 시골행을 위해 대구에 계시는 어머니를 찾았다. 그러나 여느 명절과 달리 이번에는 환경이 조금 달랐다. 홀로 계시는 어머님 집에 외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 외할머니는 그동안 대구에서 홀로 사셨던 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어머니와 같이 살고 계셨다. 저 역시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어머니에게 외할머니와 같이 살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머니에게 또 다른 고초가 됐던 것 같다. 3개월 전 제사 때 어머니를 봤을 때 모습과 달리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 이유는 치매 증상이 있는 외할머니와 같이 살다 보니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어머니는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어머니의 삶은 지금까지 그렇게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시어머니이신 할머니를 모셨던 분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겨우 몇 년이 지난 지금 또 당신의 어머니인 외할머니를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머니의 삶은 지금껏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돌보는 삶으로만 살아왔던 것이다. 이런 어머니의 삶을 잘 알고 있는 저는 이번 추석 때 외할머니가 마냥 좋게 보이질 않았다. 저의 이런 마음을 아셨는지 어머니 역시 명절 내내 저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래도 어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아들의 심정은 어쩔 수 없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어머니 역시 힘들지만 지금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힘들어도 자식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어머니를 가여워하는 마음이나 어머니가 외할머니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이는 어머니나 나나 다 같은 또 하나의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이 없었던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이 한없이 멀었고, 그 길을 달리는 내내 아음이 아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