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걸어서 동네 한 바퀴… 싸리재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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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걸어서 동네 한 바퀴… 싸리재 거리
이명운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9.09.1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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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거닐어 보면 그곳이 보인다. 동인천역에 내려서 채미전 거리가 있던 길에서 오래된 과자점에서 과자를 사들고 조금 걸어보자. 70년을 그 자리를 지켜온 설렁탕집이 있고 맛난 온면집이 있고 커피와 차를 파는 예쁜 카페가 있다. 지금의 경동사거리에서 애관극장 앞을 지나 배다리 마을로 넘어가는 길목- 이곳이 싸리재다. 동인천에서 율목동과 신흥동을 가려면 거쳐가는 길목, 예전의 맞춤 양복점과 가구골목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 문화복합공간 카페 싸리재가 들어서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카페 싸리재는 동네 터줏대감의 우직함으로 약방 겸 의료기기도 취급한다. 일본식 상가를 복고풍으로 리모델링해 크림과 연유가 어우러진 멋진 커피가 명물이고 그 거리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터줏대감의 우직함인지 어느 누구의 노력인지, 발길이 끊어진 가구골목에 하나둘 커피를 파는 곳과 술을 파는 곳도 최근 문을 열었다. 지금도 빈 공간에 수리하는 곳이 눈에 띄니 곧 다른 무엇이 생겨날 것이다. 배다리마을 건너편에는 소금창고에서 한증막으로 다시 서점으로, 서점에서 비어 있다가 창작공간으로 변화한 곳도 있다(잇다 스페이스). 

 얼마 전 그 앞의 문 닫은 병원이 온면을 파는 집(개항면)으로 함께 골목을 지키고 있다. 청년작가들의 고가구 공방이 있어서 좋고 그 덕에 주변 건물도 슬슬 리모델링하고 있어 좋다. 골동품을 팔고 사는 곳도 있고, 인천 최초의 백화점 건물(1954년 항도백화점)에는 재개발에 대한 호소문이 붙어있다. 호프집도 생겨났으니 거리에 머무는 사람도, 시간도 늘어나니 장사하시는 분들은 경쟁업체가 아니면 서로 도움이 될 듯하다. 호프를 파니 싸리재 맏형 옆에 소주를 파는 집(이슬옥)도 생겼고. 싸리재 맏형을 따라 작은 카페들이 서너곳 더 늘어나며 경동 웨딩가구의 거리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싸리재였으며 일본인, 조선인, 중국인 등이 어울려 살아서 ‘삼리채’라고도 했다. 당연히 사람이 모이니 상권이 번성했던 곳이었고. 세월의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쇠락하니 과거와 현재를 잇는 뉴트로가 여기다 싶다. 사진을 찍고, 차를 마시면서 그곳의 역사를 알아가는 거리로 싸리재도 빠질 수 없는 공간이다. 방향을 틀면 율목도서관과 신흥동으로 이어졌던 긴담모퉁이의 담쟁이 덩굴 아래는 최고의 포토존이다. 뉴트로(new tro)의 멋을 기획하고 있다면, 싸리재 거리가 딱이고, 역사와 문화가 있는 적격의 장소이다. 

 경동에서 잇다 스페이스까지는 성인의 걸음으로 800여 걸음 정도. 느리게 걷는다 해도 15분 내외면 충분하다. 언덕 너머 신흥동은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이 된다 하고 동인천 근처도 재개발이 된다면 싸리재는 어떻게 될까?. 그런 안타까움에 역사지구 지정을 원하는 주민들도 있으며 그냥 살던 곳에 살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재개발 호소문을 붙인 것 같다. 동인천에서 용동을 거쳐 긴담모퉁이를 따라 신흥동으로 이어지고, 배다리 마을로 이어지며 신포동으로 이어지는 싸리재 거리는 거닐면서 먹거리 볼거리가 지척에 있는 좋은 동네다.

 먹거리는 설렁탕(삼강설렁탕)과 칼국수와 만두, 그리고 유명한 노포의 짬봉집(용화반점)이 그곳에 있다. 유럽 여행지에 가면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절묘한 조화가 관광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유럽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여행을 하면서 우리의 원도심은 구경커녕 무조건 아파트를 지으며 도시재생이라 말한다. 그것은 재생이 아니고 매장이다. 끝나고 비어 있는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80년대까지 가구골목으로 유명했던 거리를 곳곳에 숨을 불어넣었다. 저녁 먹고 거닐면서 차를 한잔하고 맥주를 한잔 곁들이는 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노포에서 식사하고 구경하고 그곳에서 고가구를 손수 고치고 만들어가는 청년들이 있다면 멋진 거리가 될 것이다. 투기자본이 아니고 고층 아파트가 점령하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냄새가 나는 멋진 거리를 만들어주는 도심재생 프로젝트에 응원을 보낸다. 긴담모퉁이 담쟁이 덩굴 신흥동 관사 마을로 이어지는 역사, 흔적 없이 사라질 것 같은 싸리재 거리를 오늘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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