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솔 부천소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사
김진솔 부천소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청소년 쉼터를 찾는 청소년 10명 중 6명은 가정에서의 폭력과 학대·방임을 피해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유로운 생활’(5.8%), ‘친구와 놀기 위해’(5.5%)라는 답은 11.3%에 불과했다. 가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가출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정에서 밀려 나온 청소년들은 사회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의지할 곳을 찾아 ‘가출팸’이라고 불리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다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한국사회 아동·청소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출 당일 성매매 피해자가 되는 비율은 24%로 여자 청소년은 특히 성폭행·성매매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실제로 학교전담경찰관이 만난 여자 청소년의 경우 가정 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해 SNS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 생활하다 성인 남성들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감금까지 됐던 경험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경찰 신고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고 위탁시설에서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보호해 줄 울타리가 없었다면 끔찍한 피해는 막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가정을 나온 청소년들의 대다수가 위험에 노출돼 있고 가정으로 돌아가더라도 가정불화 등으로 또다시 나오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위기에 처한 고위험 청소년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돌아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지난 2017년 초 ‘가출청소년’이라는 용어를 ‘가정 밖 청소년’으로 바꾸고 이들의 인권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여성가족부에 권고했다. 단어 하나가 변했을 뿐이지만 예비범죄자로 간주해 보호받지 못하던 가정 밖 청소년들을 보호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또한 변화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13세 이상 청소년과의 ‘합의된 성관계’는 처벌할 수 없었지만, 지난 7월 16일부터 아청법이 개정·시행되면서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추행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됐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면 가정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인식도 변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가정 밖 청소년이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건강한 성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청소년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을 때까지 지켜주는 포근한 둥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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