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물러가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며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나들이 동안 병원이 멀리 있는 경우 뜻하지 않은 가벼운 사고나 응급처치를 필요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상황에 따른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야외에서의 다양한 응급상황 발생 시 처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야외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불을 피우다 끓는 물이나 옷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우선 깨끗한 찬물로 세척해 더 이상 화상으로 인한 조직 손상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어떤 것도 화상 부위에 바르지 말고 오염되지 않도록 깨끗한 천으로 감싼 후 응급실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야외에서 넘어지거나 날카로운 물체에 의해 상처가 났을 때는 일단 흐르는 물로 상처 부위의 이물질을 제거한 후 깨끗한 천으로 감싸 압박한 다음 응급실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골절 또는 탈구가 의심될 때는 나뭇가지 같은 부목을 임시로 지지해 고정한 후 통증과 더 이상의 손상을 방지하고 얼음찜질을 해 줘야 한다. 척추 손상이 의심되면 반듯하고 견고한 들것에 일자형으로 눕히고, 목은 물론 전신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야 한다. 상처가 났을 때는 파상풍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응급실로 후송해야 한다.
귀에 벌레가 들어가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때가 많다. 과거엔 귀에 벌레가 들어가면 불을 비춰 유인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귀에 불을 비춰도 벌레가 기어 나오지 않고 오히려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생리식염수를 귀 안에 붓고 벌레가 죽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이후 병원을 찾아 벌레를 제거하고 귀 안쪽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
독사에 물렸을 경우엔 출혈과 국소부종, 동통 등이 동반된다. 뱀의 독은 대부분 임파관을 통해 흡수되므로 물린 자리 약간 위를 묶어 지혈해야 하며, 물린 부위는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또 음주를 피하고, 물린 부위를 얼음찜질을 하면 안 된다. 1차 소독 후 가능한 빨리 응급실 진료를 받아야 한다.
코피가 날 때는 환자를 안심시키고 목 뒤로 흘러내리는 피를 삼키지 말고 되도록 뱉도록 해야 한다. 피가 흐르는 콧구멍에 탈지면을 동그랗게 해 삽입하고 약간 압박하면 된다. 만약 계속 출혈이 이어지면 두루마리 화장지로 차근차근 깊숙이 밀어 넣어 압박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가 멈췄다고 생각되면 바로 제거해야 한다. 지혈이 안 되면 후비강 압박이 필요한데, 이때는 코 주위에 아이스팩을 하면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야외에서 아이가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삼키면 부모들은 일단 등을 두드려 무조건 토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물건을 먹었느냐에 따라 토를 시켜야 할 것과 토해서는 안 되는 것들로 나눌 수 있다. 담배나 약 같은 경우는 곧바로 토해 내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액체 세제처럼 부식성이 있는 제품을 먹은 경우 두드려 토하게 하는 행위는 식도·위·장·폐를 상하게 해 오히려 더욱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서 등 외부 활동 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간단한 1차 응급처치 외에는 현장에서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처치를 받는 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도움말=나사렛국제병원 응급의료센터 이재훈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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