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난 이카로스 신화에서도 볼 수 있듯 비행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1903년 라이트 형제에 의해 실현돼 이제 지구 반대편도 비행기만 타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과 호기심은 지구 밖으로 확대됐는데, 1961년 최초로 우주 궤도에 진입한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아름다운 푸른색’이라는 이야기를 전했으며, 1969년에는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역사적인 첫 발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둥그런 보름달과 함께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 찧는 토끼 이야기는 전래동화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어쩌면 그조차도 단언하기 힘들어진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꿈과 환상이 실현되는 21세기에 가장 뜨거운 산업이 바로 우주여행 상품이기 때문이다. 민간 주도로 개발 중인 우주관광은 테슬라, 아마존, 버진 그룹을 통해 ‘스페이스 X’,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이란 이름으로 진행 중이며,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비롯한 유명 인사 600여 명이 예약자 명단에 올라 있다. 2025년을 목표로 우주호텔 건립도 추진 중이라고 하니 멀지 않은 미래에 우주 바캉스 시대가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패신저스’는 그런 현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척 행성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5천여 명의 승객을 태운 초호화 우주선 아빌론호는 수백 광년 너머의 식민 행성으로 운항 중이다. 120년이나 걸리는 먼 거리를 동면 상태로 이동하던 중 기계 오류로 짐 프레스턴이 눈을 뜨게 된다. 90년이나 앞서 깨어난 짐은 무인 우주선에서 다시 잠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승무원이 아닌 그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로 실패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못한 채 90년을 외롭게 홀로 살다 죽어야 할 운명임을 깨달은 그는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 동면 상태의 오로라를 보게 된다.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된 짐은 깨우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만 자신처럼 의미 없는 삶의 감옥에 가둘 수 없다는 판단으로 욕심을 억누른다. 하지만 지독한 외로움을 못 이긴 짐은 결국 그녀를 깨우고, 진실을 알지 못한 오로라는 그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주선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해 좌초될 위기에 봉착한다.  

 2016년 개봉한 영화 ‘패신저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SF적 상상력으로 시작해 재난과 로맨스 장르로 버무린 작품이다. AI로 작동되는 매끈하고 깨끗한 미래적 인테리어는 SF 고전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오르게 하고, 좌초 위기의 함선에서 피어오른 남녀의 사랑은 재난 블록버스터인 ‘타이타닉’과 닮았다. 여주인공의 이름인 오로라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인 오로라 공주와 같으며, 단 두 명의 인류라는 설정은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환기시킨다. 

 이처럼 다양한 고전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패신저스’는 외로움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윤리적 문제 또한 건드리고 있지만, 할리우드식 로맨스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결국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해결한다는 결론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을 뛰어난 영상미로 전하고 있다. 실제 우주관광 체험에는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우주여행의 시각적 호사를 선사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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