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 ‘폐사율 100%’란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파주에서 발병하면서 경기도내 양돈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6일 파주시 연다산동 한 돼지농장에서 어미 돼지 5마리가 고열로 폐사했다. 이날 오후 6시께 해당 농장주는 방역당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신고를 했다. 신고 접수 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검사에 나섰고, 그 결과 폐사한 5마리 가운데 2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으로 17일 확정됐다.

파주에 이어 이날 연천군의 돼지 사육 농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의심신고된 연천군 백학면의 돼지농장은 2천여 마리를 사육 중이며, 어미돼지 1마리가 폐사하자 이날 오후 2시께 경기도 축산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이 때문에 도내 전체 사육 두수의 12%인 26만여 마리를 사육 중인 파주·포천·김포·연천지역 등 경기북부지역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전 방역 작업을 마친 뒤라 상실감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5월 30일 북한에서 처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다음 날인 5월 31일부터 6월 초까지 김포·파주·연천 192개 농가를 긴급 방역·점검했다. 정부 역시 같은 기간 파주를 포함해 고양·양주·포천 등 14개 지자체를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방역 수위를 높여 왔다. 정부와 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산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포천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에 시 경계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24시간 3교대 거점초소를 설치하고, 이동차량을 이용해 소독활동을 벌이고 있다.

파주시와 맞닿은 양주시도 광적면과 남면 일대에 거점초소를 세우고 예방활동을 강화했다. 이 지역 67개 양돈농가(8만8천 마리)도 노심초사하며 차단방역에 협조하고 있다. 농가들은 공무원들과 단체 메신저 소통을 지속하며 실시간 방역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양주지역 농가들은 오는 26일 연례 대규모 행사인 ‘한마음대회’를 전격 취소하고, 27일로 예정된 해외 벤치마킹 계획도 기약 없이 미룬 상태다.

양주시 남면지역 한 농장주는 "이 일대 양돈농가들은 돼지에게 잔반을 먹일 경우 각종 병이 생길 수 있어 사료를 먹여 왔다"며 "그런데 파주 해당 농가도 사료를 먹였음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해 불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박광진 경기도한돈인협회장은 "농가 소독을 강화하고 외부인과 외국인의 접촉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양주를 포함해 연천·포천 등 한수이북지역으로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파주 농장에서 돼지 136마리가 20여㎞ 떨어진 인천으로 유입된 가운데 방역당국은 즉각 유통을 중지시키고 방역에 나섰다. 일선 지자체들은 상황실과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24시간 비상관리체계에 들어갔고, 전국 양돈농가 6천300곳에 대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증상 여부 등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박광섭 기자 ksp@kihoilbo.co.kr

양주=김상현 기자 ks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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