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이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큰 전제조건으로는 ‘공정’의 가치가 보편화된 사회여야 한다는 점이며, 그에 따라 국가 간 무역에도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정무역’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16일부터 19일(현지시간)까지 페루 리마에서 WFTO(세계공정무역기구·World Fair Trade Orgarnization)의 15번째 총회(International Fair Trade Summit)가 열리고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 경제와 공정무역에 힘을 쏟고 있는 경기도는 이번 총회를 통해 도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변화 시도를 전 세계 공정무역기구에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으며, 국내 민간 공정무역 단체들도 참여해 공정무역의 세계적 흐름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페루에서 16~19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공정무역기구 총회에 전시된 공정무역 제품들을 놓고 각국의 공정무역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페루에서 16~19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공정무역기구 총회에 전시된 공정무역 제품들을 놓고 각국의 공정무역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공정무역이 미치는 효과

 공정거래를 하는 사회적 기업의 글로벌 공동체인 WFTO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전 세계 공정거래 기업들과 생산 및 거래, 캠페인, 교육 등 사회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운영과 공급망을 통해 전 세계 96만5천700명의 노동자, 농민, 장인의 생계비가 마련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구성원의 74%는 여성으로, 광범위하게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효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페루 리마 인근 친차 이까(Chincha-Ica) 지역에서 200여 명의 가족과 함께 등심초의 줄기를 이용해 가방과 장식품, 장난감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예세니아 따사이꼬(Yesenia Tasayco)씨는 "공정무역을 통해 판로가 대폭 확보되면서 이전까지 500솔(한화 약 17만8천 원)이던 일주일 소득이 현재 2천 솔(한화 약 71만2천 원)로 4배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WFTO의 공정무역 운동은 단순히 생산자들의 직접적인 수익 증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천연자원의 남용, 여성의 권한 강화, 난민 생계, 인권, 불평등, 지속가능한 농업과 같은 더 광범위한 문제의 해결책이 되고 있다. 또 유기농업을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며, 전 세계 노동자·농부·장인·지역사회의 존엄성을 지키는 새로운 방법으로도 작용되고 있다.

# 세계공정무역기구 총회

 공정무역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WFTO는 공정무역의 필요성과 효과를 알리고자 전 세계를 돌며 세계공정무역기구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총회가 열린 페루 리마는 공정무역의 시초가 됐던 남미지역이라는 점과 기구가 설립된 지 30년이 된 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총회에는 76개국 300여 명이 참석해 세계적인 공정무역의 흐름을 공유하고, 성공 모델에 대해 소통하는 기회가 됐다.

 특히 그동안의 총회가 사회적 기업과 공정거래에 초점을 맞춰 근로자와 농민, 장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총회는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내용들이 다양한 세션을 통해 다뤄졌다.

 또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 참여, 각국의 공정무역 시스템 안에서 제조·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전시하고 공유하면서 공동 발전을 모색했다.

 루디 달바이(Rudy Dalvai)WFTO 대표는 총회 인사말을 통해 "시대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국가들은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가까워졌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와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회, 새로운 시장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를 통해 우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며 "이번 총회가 WFTO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도의 공정무역 시도 ‘캐슈두유’

 경기도는 세계공정무역기구 총회에 처음 참여해 최근 도가 도내 사회적 기업들과 함께 시도하고 있는 공정무역 운동을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다.

 도와 도 산하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는 도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해 로컬 페어트레이드 제품 개발을 지난해부터 지원 중이다. 로컬 페어트레이드는 선진국의 지역 생산물과 저개발국의 공정무역 생산물을 결합한 제품으로 공정무역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지자체 중에서는 도가 처음 시도한 사업이다.

서남권 경기도 소통협치국장이 17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WFTO 세계공정무역기구 총회에서 경기도가 실시하고 있는 공정무역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남권 경기도 소통협치국장이 17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WFTO 세계공정무역기구 총회에서 경기도가 실시하고 있는 공정무역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탄생한 ‘캐슈두유’는 베트남의 푸억흥 협동조합에서 생산한 공정무역 인증 캐슈너트와 오산·파주 등에서 생산된 콩을 결합해 상품화한 제품이다.

 한국 최초로 WFTO GS가 인증한 로컬 페어트레이드 상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로컬푸드와 저개발국 영세 농부들의 생산물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 모델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캐슈두유 사업을 비롯해 도가 새로 계획하고 있는 다양한 공정무역 사업을 발표한 서남권 도 소통협치국장은 도가 2017년 11월 ‘경기도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도 공정무역위원회를 규정해 공정무역 제품의 우선 구매, 판로 지원 마케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서 국장은 "경기도는 올해도 공정무역 카카오와 설탕을 활용한 초콜릿 등을 개발해 생산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경기도의 농가·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더불어 증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루디 달바이(Rudy Dalvai) WFTO 대표

-공정무역의 의미는.

 ▶유기농업을 예로 들면 이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을 만큼 발전했다. 공정무역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몰랐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고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

 공정무역의 핵심 가치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있다. 가난에 처한 사람들과 어린이, 미망인, 미혼모 등 사회 빈곤계층의 이득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며, 또 사회의 차별을 억제하고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가진 약점으로 인해 일부 구성원들이 탈락할 수 있지만 공정거래는 그를 보완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번 총회의 페루 개최 이유는.

 ▶우리는 매년 여러 국가를 돌며 총회를 개최하고 있고, 각 총회에서는 매번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페루를 비롯해 남아메리카는 공정무역 운동의 발상지이다. 그러나 현재는 공정무역 성장이 지체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30주년 총회를 페루에서 개최해 남미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한다.

 페루에는 수많은 공정무역 생산자들이 있다. 특히 식품과 관련된 많은 생산자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무역을 통해 얻은 효과는.

 ▶아주 많다. 최소한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정무역 시스템을 통해 이득을 얻고 있으며, 최근 통계를 보면 781만 유로(한화 약 102억 원)의 소득을 그들이 벌었다.

 공정무역을 통해 성평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며 난민을 수용할 수 있고, 환경을 보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에게 ‘공정한 소비란 무엇인가’라고 관심을 환기시켜 주는 효과를 얻고 있다.

 페루 리마=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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