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인천지역 내 축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우제성 기자
최근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인천지역 내 축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우제성 기자

"평소에도 대목 이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손님이 줄어들어 상인들에게는 힘든 시기인데, 이런 사태까지 터져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습니다."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8일 오전에 찾은 인천시 서구 인천축산물도매시장. 하얀 석회 소독가루가 곳곳에 뿌려진 시장에는 축산물 판매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령한 가축 이동 중지 명령에 따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데다, 발병지역에서 수급된 돼지가 지역 내에서 도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발병 소식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축산물 판매업자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까 울상이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전국 14개 주요 축산물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는 1㎏당 6천62원으로 전날 판매된 4천558원보다 33%가량 치솟았다. 평소 이 지역에서 40만 원 선에 거래되던 돼지 한 마리(약 40∼50㎏ 기준) 가격도 5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시장 내 돼지고기 취급 업체 사장 A(38)씨는 "발병 소식 이후 전국적으로 돼지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경매를 하지 않아 물량이 없는데 가격까지 올라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돼지부속물 취급업자 B(60·여)씨는 "돼지부속의 경우 신선도를 위해 당일 경매를 통해 수급·판매해야 하는데, 물건이 없어 판매 후 얼려 놨던 남은 부속물을 헐값에 거래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시장 내 도축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도축업체는 16일 발병지역에서 온 돼지 136마리를 도축해 가공업체로 출고했다.

도축업체 관계자 C(54)씨는 "현재 모든 도축과 경매가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전 직원들이 철저한 방역에 힘쓰면서 사태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포비아(공포·Phobia)’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평구 부평동에 거주하는 D(40·여)씨는 "돼지고기 선물세트를 구매하려고 도매시장을 찾았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엄두가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른 고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18일 시청 재난상황실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마련, 시장을 본부장으로 6개 실무반을 편성해 상황 종료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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