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에 자신 있는 학생들에게 합주와 무대공연 경험을 제공하는 안양 샘모루초등학교의 악기 연주 동아리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안양 샘모루초 ‘STS(Students&Teachers in Sammoru, 옛 오케스트라부)’ 학생자율동아리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악기 연주에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다.

특히 STS는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매년 새롭게 조직되는 학생자율동아리 중에서도 유독 오래 유지되고 있다. 교내 상설 무대나 등굣길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한 콘서트를 진행하거나 입학식·졸업식 축하공연에서 돋보이는 활약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교사 단원이 추가되거나 교장·교감까지 무대에 함께 서면서 더욱 풍성한 무대공연의 틀이 갖춰질 예정이다.

안양 샘모루초 STS 동아리 학생들이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안양 샘모루초 STS 동아리 학생들이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 동아리 이름부터 곡 선정까지 ‘학생 뜻대로’

STS는 지난해까지는 플루트·클라리넷·바이올린·첼로 등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모여 주로 클래식을 연주했지만, 올해부터는 학생들이 각자 자신 있는 악기 구성에 맞춰 밴드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부터 ‘오케스트라부’로 불리던 동아리 이름을 올해 새롭게 바꾼 샘모루초 학생자율동아리 STS에는 4∼6학년 학생 7명이 소속돼 있다.

동아리명인 STS는 세계적인 보이밴드 ‘BTS(방탄소년단)’의 이름에서 따왔다. 학생들이 BTS를 가장 좋아해서다.

이 동아리는 피아노와 컵타(컵으로 하는 난타)를 제외하면 모두 개인 악기를 소지해 동아리 활동에 임해야 하는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진행된 오디션에는 20명의 학생들이 지원해 약 3대 1의 경쟁률을 자랑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1·2학기 사이 각 두 달간 매주 목요일 5∼6교시에 동아리 활동을 진행한다. 음악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한태주(33)교사가 동아리를 지도한다.

밴드 동아리는 특성상 클래식 연주보다 좀 더 접하기 쉽고 연주 가능한 곡들이 많다. BTS, 볼빨간사춘기, 엔플라잉 등 평소 접하던 유명 가수들의 대중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컵타 컵과 기타·플루트·피아노 등을 다루고 있다. 동아리 활동에 시간을 많이 쏟을 수는 없다 보니 어느 정도 연주를 배운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동아리 활동 시간에는 이미 숙지하고 있는 악기 연주에 대한 이론교육보다 한 교사의 지도 아래 주로 합주를 한다.

이렇게 연주되는 합주는 합주의 매력뿐 아니라 다른 악기들의 음색을 느끼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게다가 평소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직접 연주할 수 있어 성취감도 쉽게 느낄 수 있다.

동아리가 점점 인기를 끌고 무대 규모가 커지자 샘모루초는 최근 좀 더 활발한 연주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남는 예산을 들여 교내 강당의 낡은 음향시설을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이어 학생자율동아리 지원금으로 20만 원을 지급하면서 각 악기에 맞는 새로운 악보들을 구매하는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한태주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연주하길 바란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악기 연주가 학생들의 인생에서 하나의 훌륭한 취미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부모와 함께 즐기는 밴드 공연

동아리 소속 학생들에게는 다듬은 합주 실력을 친구들과 부모에게 자랑할 기회가 수차례 주어진다.

지난해 동아리 학생들은 오래전 녹음돼 피아노 반주뿐이었던 샘모루초 교가를 합주 버전으로 편곡해 재녹음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재탄생한 교가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아침 조회 때마다 전교생과 교직원들에게 송출되고 있다.

봄과 가을 등 학기 초에는 교문 근처 길목에서 일주일 동안 ‘등굣길 콘서트’를 진행한다. 등교시간에 맞춰 리코더로만 진행되며, 헨리 클레이 워크의 ‘할아버지의 시계’나 겨울왕국 OST ‘렛 잇 고’ 등 인기 있는 노래를 연주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

두 달간의 한 학기 동아리 활동이 끝나면 진행되는 ‘두드림 무대’에서는 합주 공연을 통해 타 동아리보다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 준다.

두드림 무대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주민들까지 참여를 환영하는 무대다. 샘모루초 학생자율동아리 소속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올해 STS는 동아리 콘셉트를 ‘밴드’로 잡으면서 교장·교감을 포함한 교직원들이 기타·바이올린 등 자신 있는 악기를 들고 오프닝 무대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교직원에 이어 무대에 오른 학생들 역시 볼빨간사춘기의 ‘나만 봄’,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함께 세월호 추모곡으로 불렸던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연주하면서 감동적인 공연을 이끌어 냈다.

이 외에도 방학 전에는 교내 시청각실에서 STS 단독으로 ‘작은 음악회’를 개최해 가족들과 학생들에게 공연을 선사했으며, 입학식과 졸업식에서는 축하 연주도 선보이면서 학생들에게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안윤서(13)양은 "연주가인 어머니를 따라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다. 플루트를 전공하려고 영재원도 다녔지만 힘들어서 포기했었다"며 "하지만 동아리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사진=<안양 샘모루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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