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훈 (사)신규장각 분당판교미래전략연구소 대표
김찬훈 (사)신규장각 분당판교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10번지’에 공공주택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이 지역의 새로운 갈등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10번지에 청년임대주택과 신혼부부주택 등을 포함해 2천500가구를 내년 9월 착공해 2023년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주민들은 왜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높이 들며 반대 투쟁에 나섰는가! 

무엇보다도 과밀 학급 등 교육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다. 2천500가구를 건설하면서 초중등학교 신설 예정은 없는 것이다. 통상 3천 가구 신설 시 초등 1천 명, 중학생 600명 유입이 예상된다. 경기도 초등학교 평균 학생 수는 22.1명인데, 이곳 서현초 28.5명, 분당초 29.4명으로 이미 초과밀 상태다. 중학교도 경기도 평균 27.3명인데, 서현중 31.6명, 양영중 32.8명, 수내중 34.2명으로 초과밀 상태다.

다음은 교통문제다. 이 지역의 서현로는 광주 난개발로 인해 광주 판교-분당-오포로 이어지는 교통은 이미 지옥이라 할 만큼 답답하다. 이 교통체증을 두고 2천500가구가 추가된다면 그냥 주차장과 같은 형국이 예상된다. 현재 교통평가 등급이 최악인 FFF라고 하니,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이 지역 재건축 문제다. 최근 늦게나마 성남시가 2030 도시계획에 빠져 있던 분당 재건축 계획을 2035 도시기본계획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재건축을 하려면 초등학교를 더 지어야 하고, 이를 지을 부지가 없어 재건축 추진에 장애가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현동 110번지에 학교 신설도 없이 공공개발을 하겠다니, 서현동 주민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고충은 방치한 채 미래의 희망마저 꺾는 것이다. 

결국 공공주택지구가 들어서면 서현동 주민들은 얻을 것이 없고, 잃을 것만 생기는 사업이라는 인식이다. 문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이 지역 주민들의 이러한 문제 호소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이 개발사업에 대해 여당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정부의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찬성한다"라고 밝혀왔던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여당이 여론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는데 회견 몇 시간 전에 취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요컨대, 서현동 110번지 개발로 인한 문제가 이 정도면, 해당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이 일단 국토부장관과 협의하고, 시장은 교통과 학교 문제에 대한 대책이 세워지기 전에 건축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옳다. 사실 국토부와 LH가 10년 전 판교를 개발해서 남긴 수익이 6조3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부당 이익으로 환수돼야 마땅한데 LH가 예산을 투입해 학교 부지 마련, 도로 여건 개선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물론 서현동 110번지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5천억 원 정도라고 하니, 교통이나 학교 대책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클 수도 있다. 즉, 채산성이 심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지정을 ‘철회’하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지, 잘 살고 있는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일단 주민들 요구에 반하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왜 서현동 110번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세권 등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 방향이 맞고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주민들의 생활복지를 송두리째 악화시키는 개발 행위를 밀어붙이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정이다. 

미래의 청년, 신혼부부의 주거복지를 위해 현재 주민들의 그것을 희생해도 좋다는 것은 복지에 역행하는 행정이다. 그래서 서현동 110번지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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