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이 천하통일을 향한 북벌전에 나서기 전, 배후 지역인 남만을 평정할 당시였다. 남만왕 맹획은 꾀가 없으나 무용이 뛰어났다. 제갈량의 꾀와 맹획의 힘이 대결하게 됐다. 이때 포로가 된 맹획이 소리쳤다. 

"이건 잔꾀에 속은 것이니 진짜 싸움이라 할 수 없다. 그러니 승복하지 않겠다."

제갈량은 두말없이 맹획을 풀어줬다. 이렇게 하기를 일곱 번. 마침내 맹획이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했다. 마음으로 제갈량에게 승복한 것이다.

이 고사는 제갈량의 계책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진정한 승부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한마디로 마음속 깊이 상대에게 승복할 때 진정한 승리라는 사실이다. 싸움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정규군이 나설 때도 있고, 게릴라 부대가 공격할 때도 있고, 특수 훈련을 받은 소수의 정예군이 일정한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때도 있다. 때로 정치적인 전쟁도 있을 테고, 경제적인 싸움도 있다. 흔히 무역전쟁이니 정쟁이니 하는데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점에서는 별로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나라 사이에 벌어지는 온갖 싸움은 거칠고 무모하며 심지어는 비겁하고 치사하다. 좀 세련되고 진심으로 굴복하게 만드는 정밀한 계책은 소용없게 된 세상일까?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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