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19일 유력 용의자 A(56)씨의 DNA가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3개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1993년 4월까지 화성 일대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맞다면 23세부터 28세까지 범행을 저지르고, 결혼 후 2년간 화성에 더 머무르다 30세 때 충북 청주로 이사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A씨는 청주로 이사한 9개월 뒤에도 처제를 강간·살해하는 또 다른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쇄살인범 같은 중대 흉악 범죄자들은 범행을 저지르고 난 후 치밀하게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수사기관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제2, 제3의 범행으로 진화시켜 나간다. 이들이 범죄를 멈추는 경우는 군대나 감옥에 있는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뿐이며, 극도로 노쇠해지거나 죽기 전까지는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비록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어렵더라도, 추가 피해를 막을 결정적 열쇠라 할 ‘범인 특정화’가 이뤄진 점은 의미가 크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17개 지방청 전담수사팀이 268건의 미제사건에 대해 재수사 중이다. 이들은 주로 공소시효가 폐지된 미제 살인사건을 전담하는데, 강도·강간 등 미제 강력사건 해결에도 큰 성과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전담팀이 창설된 이래 현재까지 해결된 미제사건은 여죄 포함 139건에 달하며, 79명이 검거되고 52명이 구속됐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DNA 등 생물학적 증거물에 대한 보관·관리 시스템을 좀 더 개선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자원도 보강한다면 미제사건 해결 속도는 더욱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미제사건 전담인력을 별도로 늘리기보다는 공소시효 제도를 보완하는 게 경찰 수사력 전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현행법상 공소시효 배제는 ‘사형에 해당하는 살해 범죄 및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적용되는 경우’로 규정돼 있다. 안타깝게도 법 개정 시점인 2015년을 기준으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살인죄는 소급 적용이 안 된다. 범죄의 지속 가능성, 과학기술 발전을 감안해 별도의 법 적용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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