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2018년까지 소방청 통계자료를 보면 연평균 화재 건수는 4만3천370건, 인명피해 2천168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하루 평균 118건의 화재진압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설치해야 하는 특정 소방 대상물은 근린생활시설 등 216만6천521개소, 다중이용업소는 18만526개소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안전관리 이행 실태가 우수한 업소는 불과 1천343개소에 불과하다.
현재 전체 소방인력은 5만1천149명, 예방인력은 3천309명 등이지만, 소방안전 특별조사 인력은 약 800여 명뿐이다. 이는 연간 하루 평균 25개소 이상을 조사하고 확인해야 하는 실정으로, 시설물 관계인의 자율적인 화재안전 책임 의식 없이는 소방시설 관리가 물리적, 시간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2017년 12월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해 1월 26일 47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이 화재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부실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렇다면 화재는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 예방측면에서는 건축물 설계 시 소방 관련 규정에 부합하는 소방시설 설계와 시공 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올바른 시공감리가 이뤄져야 한다.
또 준공 후엔 소방시설이 상황 발생 시 즉시 가동되도록 하고 자체 작동 기능 점검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의 불법 증·개축, 방화문 및 비상구 폐쇄, 화재 시 열·연기 확산 차단 기능을 하는 방화 구획 훼손 등의 행위도 근절돼야 한다.
대응 측면에서는 소화기 및 옥내 소화전 사용법과 피난동선을 미리 숙지해야 하고, 불특정 다수를 어떻게 신속히 대피 유도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훈련을 통해 몸으로 체득한 신속한 대피 요령은 유독한 연기와 불로부터 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
화재발생 신고에서 현장 도착까지는 좁은 도로와 많은 차량으로 5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현실임을 누구나 동의해야 될 부분이다. 통상 화재는 5분이면 최성기에 도달해 치명적인 열과 연기로 건물 전체가 뒤덮힌다. 이미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소중한 생명이 하늘나라로 떠난 뒤다.
하지만 대부분 훈련 현장에서는 마치 소방관만을 위한 훈련으로 착각하는 시설물 관계자들을 볼 때면 허탈할 따름이다. 소방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방훈련을 내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을 위한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라고 여겨야 한다.
아무리 완벽한 소방안전 정책을 시행해도 국민의 관심과 협력 없이는 가치가 없다. 소방관들이 각종 사고에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은 내가 지킨다는 확고한 의지로 반복적으로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소방훈련을 통한 재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생명과 재산을 사수하려는 소방관들의 노력이 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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