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때가 되면 몸이 더 이상 피우지 못하겠다고 신호를 보낸다"라고 학창 시절 모 경제학 교수는 말했다. 끽연((喫煙)이 20년을 훌쩍 넘기자 그 교수의 말은 현실이 됐다. 각종 부작용과 몸의 이상 신호로 담배와의 안녕을 고할 때가 됐음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이 무렵 만난 놈이 미국 전자담배 시장을 단번에 평정한 A제품이다. 폐쇄형 시스템 증기 발생기(CSV)인 이 작은 기계는 출시 3년 만에 미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하며 연초담배의 아성을 완전히 무너 뜨렸다. 

세련된 외관과 일반 담배가 유발하는 ‘유해물질 100분의 5’로 구성됐다는 내용물(프로필렌 글리콜·식물성 글리세린·니코틴·향료)은 담배 냄새를 전혀 풍기지 않았다. 4천 개의 유해물질과 1·2군 발암물질 8종, 12개 유독물질로 구성된 연초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이 과학적 성과물을 순순히 받아들이자 영국 보건국이 발표한 대로 A제품은 금연 보조제가 됐고, 빠르게 연초와의 결별을 야기시켰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열 아홉 살 애덤 헤르겐리더의 폐 질환 발병이 A전자담배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뉴욕주는 이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시켰고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뉴욕포스트지의 보도는 달랐다. 애덤이 사용한 담배 액상은 대마초 복합물질인 THC(테드라히드로카나비놀)를 넣은 제품이었고, 뉴욕주가 조사한 34명의 폐질환 환자 모두에서 대마 성분 전자담배의 농도를 진하게 만드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이 검출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폐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정보의 혼란 속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43%에 이르는 미 연방 세금이 붙지 않고, 각 주가 책정하는 개별세 역시 매우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자담배계의 애플로 불리는 A사의 기업가치는 43조 원을 육박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제품 액상 1팟(1갑)당 1천670원의 세금을 붙이지만, 일반 담배 한 갑에는 3천323원의 세금을 거둬 들인다. 담배 세수가 줄어든 양 정부의 처지와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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