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사회2부
김상현 사회2부

올해 6월 환경보건시민센터 자료에 따르면 1급 발암물질 석면 피해자는 직업성 피해자 274명, 일상생활에서 노출된 환경성 피해자 3천722명 등 총 3천996명에 달한다. 

석면은 일찍이 그리스로마시대부터 활용됐다. 하지만 영국 석면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여직공이 3년 만에 폐질환으로 사망한 1924년이 돼서야 최초로 석면의 위해성이 밝혀졌다.

1960년대 미국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스티브 맥퀸은 폐질병으로 사망했는데, 과거 카레이싱을 할 때 착용한 석면 방화복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박태준 포스코 회장도 폐질환으로 사망한 뒤 폐에서 석면 일부가 발견됐다.

유럽에서는 1980년대부터 건축자재에 석면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과 일본도 1990년대 들어 석면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특히 일본에서는 2005년 석면시멘트 제품을 만들어 온 대기업 ‘구보타(Kubota)’의 직원 51명이 사망하고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도 폐질환 등이 발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석면의 심각성이 메아리쳤다.

반면 한국은 겨우 2009년이 돼서야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그렇지만 잠복기가 최소 10년에서 최대 50년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수십 년이 지나도 석면 피해자가 나타날 게 뻔하다.

최근 양주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은 석면 슬레이트 건물을 철거하지 못해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사유재산인 탓에 토지주나 건물주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삼화(바·비례)국회의원이 2017년 발의한 ‘석면건물 미철거 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지자체에 강제 대집행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석면안전관리법’ 개정안이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수많은 법안이 대기하고 있지만 국민의 건강을 담보할 시급한 법안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싶다. 

특히 지자체 차원의 법 개정 요구도 필요해 보인다. 경기도만 해도 시장군수협의회(협의회장 안병용 의정부시장)가 있지만 아직까지 석면 관련 의견 개진이 없어 안타깝다. 각 지자체장들이 해당 사안을 주요 안건으로 정하고 정치권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석면은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썩지도, 불에 타지도 않아 ‘기적의 물질’로 불렸다. 그 찬사가 지금은 공포의 대상이 됐으니 조속히 철거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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