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인천광역시평생학습관 평생교육부장
최용석 인천광역시평생학습관 평생교육부장

일상생활 중심으로 디지털 기기 이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더 이상 은행을 직접 방문하거나 원하는 물건을 사려고 일일이 매장을 방문해 발품을 팔지 않는다. 명절 기차표 예매를 위해 역에서 긴 줄을 서는 대신 앱을 통해 티켓을 발권하고 모바일 뱅킹으로 송금하면 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많은 식당에서 주문을 키오스크(무인 주문 시스템)로 받고, 현금을 전혀 받지 않는 카페까지 생기면서 무인기기에서 카드나 스마트폰으로 결제하지 않으면 커피 한 잔을 마시기가 어렵게 됐다.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은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바꿔 놓았지만 급속히 변화해가는 속도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을 100으로 봤을 때, 70대 이상 디지털 정보화 활용 수준은 42.4%에 불과하다. 노년층의 정보 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스마트 기기나 무인기기에 적응하기 어려운 노인은 각종 사회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생활의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을 위한 디지털 생활문해교육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여러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노년층에 대한 디지털 교육은 저학년·비문해를 위한 ‘정보문해교육’과 ‘스마트폰 활용교육’이다. 이들 교육 내용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 이용, 카메라 및 사진 편집 등 스마트폰 사용 방법에 대해 교육하는 수준이다. SNS 관련 교육은 사진찍고 올리고 하는 것이 일상생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인터넷 표 예매방법, 쇼핑이나 스마트폰으로 음식배달, 숙소예약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강의 구성이 필요하다. 무인기기 같은 경우 누구라도 처음 접하면 당황하게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어려움을 겪는 장노년층은 무인기기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스마트 기기와 무인기기 활용법 주제로 강의와 체험을 융합한 교육 과정 개발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은행 ATM 등 무인 단말기를 직접 체험하며 익힐 수 있는 디지털 생활문해 교육이 필요하다.

디지털 문맹을 줄이기 위한 서울시 정책은 눈여겨볼 만하다. 앱을 통해 기차표 예매하기, 카카오택시 호출하기, 영화관에 있는 무인기기로 예매하기 등 디지털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층을 위한 디지털 생활문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한다는 것이다. 인천이 인구 300만 대도시이고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살기 때문에 도시살이에 대한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연령층에 맞는 디지털 생활문해 교육을 확대해야 하는데, 교육 현장에서는 노년층에 대한 디지털 교육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학습관 하반기 정규 프로그램 ‘스마트폰 활용교육’ 모집에 수강 신청자가 정원의 6배가 넘어 프로그램을 추가 확대하고 스마트폰 활용지도사 자격과정반을 신설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디지털은 기차 안 풍경을 통해 변화가 새삼스럽고 강렬한 이미지로 잡히고 있다. 젊은이는 좌석에 앉아서 가고 입석은 노인 몫이 됐다. 디지털 사용에 서툰 노인은 자식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조차 힘들 땐 현장에서 표를 사는 수밖에 없다. 올해 인천지역에서는 추석 연휴 기차표를 현장 구매할 창구 역이나 판매 대리점이 한 곳도 없다는 처지라 한다. 그동안 승차권 구매가 어려운 노인을 위한 현장 발매 창구분 20%를 배정했는데 추세를 반영해 모바일 예매로 바뀌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보다는 폴더폰이 다루기 편하고 디지털보다는 ‘돼지털’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아날로그 시대를 겪은 세대와 명절음식은 배달 음식으로, 세뱃돈은 모바일 송금 서비스로, 부모와 친지 방문은 영상 통화로 인사를 대신하는 세대와 함께 살고 있다. 디지털 격차가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많은 이가 골고루 스마트 세상의 혜택을 누리게끔 노인을 위한 디지털 생활문해 교육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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