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 않다

박원익·조윤호 / 지와인 / 1만5천800원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한국의 20대 90년대생들. 기성세대들은 이들을 보고 개인적인지 집단적인지, 부정적인지 열정적인지,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 판단하지 못해 갈팡질팡한다. Fairness(공정), Achievement(성취), Individualism(개인주의), Rage(분노) 4가지로 대표되는 이들의 사회 인식을 과거의 프레임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은 90년대생들의 겉모습을 뚫고 그들이 놓인 구조의 핵심을 촘촘하게 파헤친다. 

‘업적주의’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오늘의 90년대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혜택’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긴 시간’을 사회 진출에 쏟아붓고, 그리하여 20대 전체가 ‘준비기’로 존재하는 이들. ‘무임승차 반대’,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지 마라’, ‘돈은 네 실력이 아니다’ 등 90년대생들의 대표적 캐치프레이즈들은 이들의 여론, 행동방식, 소비방식, 대인관계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90년대생들을 이해할 때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시대 청년들이 말하는 ‘자격’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똑같이 정의로운 사회를 말해도 80년대 청년세대가 추구했던 정의로운 사회와 오늘 90년대생들이 지향하는 사회는 확연히 다르다. 똑같이 ‘공정’을 요구해도 과거 청년세대의 공정함의 기준과 오늘 청년세대의 공정함의 기준도 다르다. 

이 책은 90년대생들이 말하는 공정함의 내용을 6가지로 밝힌다. 90년대생은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돈도 실력인 사회 ▶사회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 ▶바닥은 놔주고 천장만 없애려는 것 ▶자신도 지키지 못할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 ▶개인적인 것에 올바름을 묻는 것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90년대생들의 특징은 이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같은 취향의 사람들끼리 뭉쳐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 다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쉽게 예측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소속감과 공동체’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정한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아도, 개인 차원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문화를 쉽게 만들어 낸다. 무엇보다 청년세대는 온라인 안에서 폐쇄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움직임이 밖으로 나오면 매우 폭발적이다. 

이 책은 ‘한 사회와 한 시대의 성격을 결정하는 건 결국 20대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어떤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회 전체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기주의, 혐오주의, 경쟁주의로 오해되는 90년대생들을 기성세대의 관점이 아닌 변화의 관점에 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회, 정치,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를 움직이고 있는 오늘날의 불평등 구조와 그 구조의 당사자들인 청년세대들을 기존의 세대갈등론이 아니라 공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 사회의 내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

전원경 / 시공아트 / 3만2천 원

‘명작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난다면?’

이 책은 하나의 도시가 어떻게 걸작을 탄생시켰는지, 거꾸로 예술은 도시에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예술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지역과 교감하며 작품세계를 만들어 간다. 많은 예술작품은 그 예술가의 주변 환경, 좀 더 넓게 그가 살아간 도시와 국가의 광범위한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노르웨이의 강렬한 노을 없이는 뭉크의 ‘절규’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고, 독일의 울창한 숲은 슈베르트의 많은 리트에서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숲 속의 방랑으로 형상화됐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의 구성은 유럽을 거쳐 러시아를 지나 미국 뉴욕에서 끝을 맺는다. 예술을 시간 순이 아닌 공간별로 풀어낸 책은 많을 수도 있지만, 서양 예술 전체를 한 지도 위에 펼쳐낸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의 독자라면 똑같이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을 가더라도 성당을 건축한 브루넬레스키를 떠올릴 것이고, 파리 몽마르트르의 ‘물랭 루즈’를 볼 때 툴루즈-로트레크와 에디트 피아프를 함께 연상할 것이다. 뛰어난 예술작품이 탄생하고 연주되는 현장에서 우리는 그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 아르테 / 1만5천 원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슬픔이여 안녕」이 프랑수아즈 사강 15주기를 맞아 김남주 번역가의 유려하고 감각적인 새 번역으로 정식 출간됐다.

이 책은 또 다른 천재 작가의 출현을 알린 데뷔작이자 사강 문학의 정수를 이루는 대표작이다. 작가는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사건 앞에서 자기 내면의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된 10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를 더없이 치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려 내며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간명하고 예민한 필치로 보여 준다. 

대담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인간 본성에 관한 치밀한 성찰, 지극히 효율적인 구성, 독특한 인물들은 그 누구와도 다른 문학세계를 잘 보여 준다. 특히 ‘슬픔’이라는 삶에서 처음 마주하는 감정에 관한 성찰과 그것을 받아들이며 어른의 세계로 입문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관한 묘사가 빛을 발한다.

책에는 작품을 쓰던 때를 돌아보며 남긴 사강의 에세이, 사강의 여러 면모를 보여 주는 풍성한 사진 자료, 프랑스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이 촘촘하게 사강의 삶을 그리는 글을 함께 실어 탐닉과 몰아의 경지에서 자신을 끝까지 불태웠던 한 천재의 다양한 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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