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6대 1. 이것이 명절 바로 전에 있었던 송도 신도시 아파트 청약 결과이다. 그 전만 하더라도 쥐 죽은 듯하던 송도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GTX 예타 통과와 아파트 분양 가격 상향제라는 호재로 갑자기 광풍이 분 것이다. 

주지하고 있다시피 송도는 예전 고 최기선 시장이 인천 앞바다를 메꿔 당시 미래 도시 아이콘인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보자는 의욕에서 시작된 도시이다. 당시로 보면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이 프로젝트는 고 최기선 시장이 YS와 친분 덕분에 정부 허가를 따낼 수 있었고 급히 외부 전문가를 꾸려 기본설계를 시작했다. 그후 송도 개발의 주축이었던 게일인터네이셔널㈜ 스탠게일 사장의 말처럼 몇 번의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수장들이 바뀌고 주위 환경 변화에 따라 송도에 대한 정책도 여러 번 변해 왔다. 

송도개발의 원래 목적은 당시 정보산업 부상과 함께 인천을 실리콘밸리처럼 첨단산업을 일으켜 인천의 산업구조를 첨단화해여 지역 발전의 모멘텀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주역인 스탠포드대학과 같이 세계적 유수 대학 유치에 시동을 건다. 세계적으로 유수한 대학이 들어와 좋은 인재를 길러내면 이들이 송도에서 창업하리라는 순진한 기대를 갖고 말이다. 그러나 정부와 시정부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위 유명대학이라는 유치 대학들이 최근에는 운영상 극히 어려움을 격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연세대학도 시로부터 파격적인 혜택을 받고 대학 일부가 송도에 입성했으나 실제 송도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전원 기숙사 생활에 그리고 주말에는 서울로 가기 때문이다. 설령 이들 대학이 첨단 인재를 길러낸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 줄 기업이 송도에는 없다. 

이후 세계적으로 벤처 거품이 식자 송도는 당시 한창 꿈의 도시로 부상하고 있던 중동 두바이로 개발 방향을 바꾼다. 안상수 전 시장은 두바이를 벤치마킹해 인천을 세일즈하며 기업을 유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빛을 보기도 전에 곧 경기 침체로 두바이가 침몰하자 송도는 다시 변신해 경제특구 형태로서 정부로부터 지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시에서 개발 자금이 부족하니 경제특구 본연의 역할인 외국 기업 유치보다는 손쉽고 실속 있는 아파트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결국 송도 땅값은 천청부지로 오르고 외국 기업 유치는 더욱 힘들게 된 것이다. 물론 외국기업 유치가 힘든 것은 땅 값 문제뿐이 아니다. 외국 기업에 대한 특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철옹성 같은 행정 규제를 들여다 보면 정말 아득하다. 전 세계 첨단 기업들이 몰려 있는 바로 앞 도시 중국 상하이와 비교하면 좌절하게 된다. 

송도는 산업공단이 아니다. 송도에 기업을 유치한다고 하면 공장 유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본사나 최소한 연구소가 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남동산단이나 시화공단이 첨단화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맨해튼이나 호주 시드니 혹은 암스테르담 같이 기업 본사들이 모여 있는 것이 송도의 의미다. 그러나 경제청 통계를 보면 유치된 외국 기업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나마 송도에 입주한 업체들조차도 초기에 남동산단에서 이주한 영세 중소 제조업들이 대부분이다. 인천시가 그토록 자랑하는 첨단 바이오 기업들도 결국은 굴뚝 있는 자동화 공장이다. 왜 고용도 없는 공장들이 땅값 비싼 송도 한가운데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아파트 사업은 유치된 기업들을 지원하는 시설이었다. 기업 종사원의 거주처가 목적이었는데 도시 개발 중심의 도시 공사와 경제청에서 경쟁적으로 개발을 주도하다 보니 일산과 같은 아파트 위주 신도시의 형태가 됐다. 소위 베드타운이 되는 것이다. 박남춘 현 인천시장의 정책도 대부분 원도심 개발 전략이고, 그나마 송도에 대한 이슈도 고용효과가 크지 않은 바이오단지 건설이나 혐오 시설 배제에 치우쳐 있어 외국 기업 유치와 관련한 경제특구 정책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정부 선심성 정책인 GTX 예타 통과에 대한 홍보가 요란한 것을 보면 주로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 확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송도는 공항과 항만 그리고 서울을 포괄한 핵심 경제 도시로서 발전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도시이다.  더욱이 영종에 세 곳의 복합 리조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에 다섯 이상의 산업단지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이 발전 가능성 즉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송도에서 대기업 간판 대신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 서있는 긴 줄을 보노라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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