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평택시 신장동은 ‘한국 속의 미국 도시’로 불리며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발전했던 곳이다. 이때는 ‘지나가던 개도 달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미군을 상대로 하는 빅사이즈(big size) 옷, 군 액세서리점, 맞춤양복점, 세계음식점, 클럽 등이 밀집돼 있는 이국적인 쇼핑몰과 국제중앙시장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말에조차 쇼핑하는 외국인이나 내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요 소비층은 젊은 20~30대 내국인과 다문화 외국인으로 변화됐음에도 1990년대의 영광을 기억하는 상인들은 여전히 똑같은 가게에서 똑같은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더욱이 2018년 주한미군사령부 이전에 따라 가족단위로 3년간 파병을 오는 군인이 훨씬 많아졌음에도 미군부대 앞 쇼핑몰에는 가족들이 같이 먹고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미군 가족들은 영내 쇼핑몰 및 음식점, 대형 할인몰 등 제한된 소비 및 문화를 향유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신장동 지역주민과 상인들은 현재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된 여건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보는 평택시와 지역주민들이 손잡고 새로운 변신을 하기 위해 신장동 옛 미군 철로 활용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신장동지역, 옛 미군 철로 활용을 테마로 변신 중

신장동지역은 현재 지역 정체성을 회복하고 한미 교류 커뮤니티 구축 및 강화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한미 역사 관련 옛 사진 수집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옛 미군 철로를 중심으로 프리마켓의 하나인 ‘송프란시스코 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소요되는 전기세는 상인회장이 부담하는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직접 인형과 소품 등을 제작하고 좀비 게이트를 운영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노력과 더불어 시는 신장동 주민들 및 미군 가족들이 함께 어울리고 즐길 수 있도록 신장동지역만의 이국적인 특수한 지역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먼저 도심 속 옛 미군 철로를 활용해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옛 미군 철로 주변 경관조명 예시컷.  <평택시 제공>
옛 미군 철로 주변 경관조명 예시컷. <평택시 제공>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철로는 도심 속 이국적인 풍경 및 건물과 어우러져 매력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시는 이를 ‘누구나 걷고 싶어 하는 산책코스’로 계획하고 있다. 송탄역에서 신장근린공원까지 1.2㎞ 구간에 경관조명과 휴게시설 등을 설치해 시민들의 문화공간 및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조성할 계획이다.

옛 미군 철로 주변에는 ‘은하철도(우주, 은하, 여행)’를 주제로 해 각각의 구간에 독특한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외부 관광객을 유입해 활성화를 도모하고, 보행환경 개선 및 휴게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이 사업은 옛 미군 철로 주변을 크게 네 구간으로 구분해 추진된다.

은하철도의 시발점인 ‘인투 더 유니버스 라이트(Into The Universe Light)’를 시작으로 휴식광장이 조성되는 ‘유니버스 터미널(Universe Terminal)’, 산책로와 이어지는 이색적인 ‘은하연결로(Universe Path)’,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휴게공간으로써의 ‘은하광장(Galaxy Square)’, 주민 커뮤니티 활성화 및 지역 문화공간을 위한 ‘유니버스 웨이(Universe Way)’ 등이 있다.

시는 옛 미군 철로를 활용한 사업 외에도 신장동만의 지역 특화요소를 바탕으로 한 잠재력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신장동의 특화요소

신장동만의 지역 특화요소 중 첫째로 지역 특화제품인 맞춤형 양복점들이 있는데 미군 장성들도 이용하는 명물이다. 저렴한 가격 및 빠른 시간에 완성이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고급 기성복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이 외에도 이곳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방한 중 착용했을 정도로 유명한 가죽의류 전문점과 과거 보세품으로 상징되던 값싼 의류품목들도 대표적인 상품이다.

둘째로 지역특화 먹거리가 있는데 브라질 음식을 필두로 태국·필리핀·인도·멕시코·베트남·미국 등 9개국 20여 개 음식점들이 쇼핑몰에 밀집해 있다.

특히 포장마차 햄버거로 시작해서 맥도널드나 버거킹만큼 유명해진 ‘미스리 햄버거’ 및 ‘송쓰버거’ 등 햄버거 가게와 ‘김네집 부대찌개’ 그리고 진한 국물의 소머리국밥집으로 유명한 ‘개화식당’ 등 핵심 점포가 될 수 있는 유명한 가게들이 다수 입지해 있다.

셋째로는 볼거리가 있다. 과거 국제중앙시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운영 중인 ‘헬로 나이트마켓’은 지역 상인과 인접 대학 동아리 단체가 참여하는 예술장터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야시장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한미 친선문화축제가 매년 9~10월 사이 쇼핑몰을 중심으로 열린다.

미군철로는 도심 속 이국적인 풍경 및 건물과 어우러져 매력적인 장소이다.
미군철로는 도심 속 이국적인 풍경 및 건물과 어우러져 매력적인 장소이다.

시는 이러한 지역 특화요소를 토대로 한 도시재생의 기본 방향을 ▶글로벌 커뮤니티 기반 구축 ▶국제중앙시장 등 상권 활성화 ▶특화가로 조성사업 ▶주거복지 실현사업 ▶주민조직 육성·지원사업 등 5개 분야로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는 미군 철로변에 위치한 신장1공영주차장에 키즈카페 등 가족문화 중심의 여가를 위한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글로벌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해 기존 ‘유흥가’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면서 가족문화 중심의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국제문화거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글로벌 커뮤니티센터 지하 2층과 지상에는 각각 65면, 25면 규모의 주차시설을 설치, 시민들의 ‘국제문화거리’ 이용 편의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계획과 관련해 시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군 가족의 96%가 찬성했고, 시설을 이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와 주민들은 물리적 재생을 뛰어넘은 종합적 재생정책 마련과 구체적 실행에 힘쓰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해 영광스러운 과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군 부대와 미군 가족들까지 합세하며 삼박자를 완성한 도시재생사업은 앞으로 신장동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평택=김진태 기자 jtk@kihoilbo.co.kr 

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사진=평택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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