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2시 15분께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삼계리 용인사(龍仁寺) 입구. 깊은 산중에 자리잡은 도량(道場)은 아니었지만 사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꼭 이정표가 아니더라도 부처와 보살이 머무는 신성한 곳임을 쉽사리 감지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진입로 양쪽에 뿌리박은 소나무와 전봇대에 묶여 있는 펼침막의 문구는 용인사가 현재 겪고 있는 시련을 여실히 웅변하고 있었다.
 

용인사 신도회 명의의 ‘금호산업·포스코는 이전대책 강구하라’는 문구와 용인시불교사암연합회 이름의 ‘이전대책 없이 공사 없다. 수행환경 보장하라’는 글귀<사진>는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들은 2021년 개통 예정인 제2외곽순환도로 3공구(이천∼오산) 공사로 인해 용인사의 사찰 기능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며 시공사와 시행사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로가 사찰 바로 앞을 지나는데도 사업부지에서 제척돼 보상을 받을 수 없는데다, 수십m 높이의 고속도로 법면공사로 인해 조망권 침해와 소음 및 날림먼지 공해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9일 용인사에 따르면 3공구 사업자 측이 종교시설에 대한 보상을 회피할 목적으로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고의적으로 용인사를 사업구역에서 제척함으로써 수행처와 안식처를 빼앗길 위기에 내몰린 불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왕복 4차로 고속도로에서 사찰까지의 이격거리는 19m에 불과하고 법면의 높이는 20m에 이른다. 현재 설계도대로 성토 방식의 법면공사가 진행된다면 용인사 앞마당에서 고속도로 쪽을 바라볼 경우 1∼2시 방향을 빼고는 아예 시야가 가려진다. 소음·분진피해도 불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용인사 주지 혜홍스님은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매일 오전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송도사무소 앞에서 이전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10월 2일부터는 용인시불교사암연합회 소속 주지스님 30여 명과 용인사 신도, 삼계리 주민들이 공동으로 집회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제18호 태풍 ‘미탁’이 북상 중인데다 강화지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초긴장 상태여서 잠정 연기했다.

용인사 주지 혜홍스님은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사찰의 기능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거주할 수 없는 곳이 된다는 게 신도들의 일치된 입장이지만 오직 사업자 측만 아무 문제가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사업자 측은 비용이 과다 발생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용인사 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찰 이전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주지스님 등 사찰 관계자들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사는 1천400여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는 37년 역사의 사찰이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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