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처인구 양지면 은이성지에서 안성시 미리내성지로 이어지는 13㎞의 순례길을 조성한다.

우리나라 초대 김대건 신부가 용인·안성·이천 등지에 흩어져 있던 교민들을 찾아다니며 사목활동을 하는 데 이용했고, 이후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하던 산길을 정비해 일반 시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휴식처 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30일 시에 따르면 올해 1억 원을 투입해 은이성지~와우정사 구간을 먼저 정비하고, 내년 4억 원의 예산으로 와우정사~애덕고개~미리내성지 구간의 순례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신덕(信德·은이고개)·망덕(望德·해실이고개)·애덕(愛德·오두재) 등 3개 고개를 넘기에 ‘삼덕의 길’로도 불리는 이 순례길은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에 이르기까지 걸어서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동읍 묵리~원삼면 학일리를 연결하는 20㎞의 기존 임도와 일부 구간이 중첩되는 이 순례길은 중간에 826만4천500여㎡에 이르는 석포숲공원까지 거칠 수 있어 명품 힐링코스 후보지로 꼽힌다. 석포숲은 산림청에서 나무데크와 전망대, 파고라 등을 갖춘 공원으로 조성해 그 자체로 뛰어난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순례길과 기존 임도가 법륜사를 비롯한 용덕사, 와우정사 등 주변 사찰과도 연결돼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순례길은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신자들이 관리들의 눈을 피해 운구한 애달픈 역사를 안고 있는 것은 물론 임꺽정의 일화가 깃든 곱등고개까지 거치는 등 관광지로서 필요한 풍부한 스토리까지 갖췄다.

시는 순례길과 임도를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연차계획을 수립해 벚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숲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은이성지~미리내성지 순례길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용인시의 큰 유산"이라며 "종교를 넘어서 모든 시민이 힐링할 수 있는 명품 숲길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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