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조조 휘하의 장간이란 인물은 주유와 어릴 때 동문수학한 사이로 항복을 권유하려고 했다. 그때 주유가 큰 잔치를 열어 환대하면서 수많은 참석자들 앞에서 말했다.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를 알아주는 주인을 만나 군신의 관계를 맺고 가족의 정으로 결합해 매사를 함께한다면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웅변을 토하고, 칼날 같이 예리한 혓바닥을 휘두른다 할지라도 어찌 마음이 흔들리겠는가" 하면서 껄껄 웃었다. 장간이 어떤 말을 할지라도 자신의 굳센 결심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소설의 꾸임이지만 주유의 호언장담은 나름 귀기울일 만하다. 세상사가 어디 뜻대로만 되겠느냐마는 소신을 결코 굽히지 않겠다는 역사의 숱한 장수나 선비들이 무수히 많았으나 끝내는 변절한 예가 참으로 많지 않은가. 요즘 세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심금을 울리는 웅변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로남불하는 정치인, 검찰, 대학교수가 부지기수다. 언행일치는 아닐지라도 이렇듯 표리부동한 세상에 사는 것이 참 서글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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