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지난 6월 마지막 날 오후 남북의 경계에 있는 판문점에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과 깜짝 만남을 성사시켰다. 70년 남북 분단 역사상 미국의 대통령이 남북의 경계를 넘은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못했지만 적어도 하노이에서 불발된 북미회담이 곧 재개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동선이라 성공적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역사적 회동 옆에 모든 은공은 두 사람의 몫이라며 그림자 마킹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었다. 플래시가 김정은과 트럼프에게 쏠리고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처럼 그 자리에 없었다. 분명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대한민국 땅이지만 대통령의 존재도 나라의 존재도 없었다. 

남북 문제가 북미 문제로 커지면서 남한은 사라지고 북한만 존재한다.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수도를 두고 있는 북한은 언제든 생화학물질이나 미사일 공격으로 남한의 국토 전체를 충분한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미사일들은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이를 막아낼 방어체계가 전무한 상태이다. 지체 없이 자국 방어체계를 강화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인데 그 일은 제쳐두고 북미회담 성사를 위해 대통령이 만사를 제치고 올인하고 있다.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타깃이 되는 곳이 어디인가. 남한의 위치는 그런 곳이다.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과 신형 대공포를 동해로 쏘아 올리며 시위하는 것의 의미하는 바가 매우 많다. 대통령과 정부는 그들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

내가 먼저 무장 해제를 하고 다가간다고 상대도 무장 해제하고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앞서는 것이다. 남북은 가까이 위치하고 있지만 서로의 생각과 이상은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과거의 지도자와는 다른 라인으로 훈련되고 젊은 생각을 가진 지도자의 생각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북미회담 성사가 남한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생각이 그렇다. 우리의 안보와 안전을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 제일 먼저이다. 비상 상황에서 자국을 던지고 먼저 남의 나라를 도와줄 우방은 없다. 

지금 동맹국인 미국의 행태를 보자. 그들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방위를 함께해왔다. 북한이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기 전에 미국과 현재의 미국은 달라졌다. 북한과 회담에서 어떠한 내용이 오고갔는지 짐작뿐이지만 북한에게는 미소를 지으며 마음의 결정이 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며 천천히 하라는 사인을 주고 있다. 반면 한국에게는 지난날 미국이 한국에 기여한 점과 앞으로 기여할 점을 들어 방위비를 청구하고 있다. 엄청난 비용의 미군 주둔비가 들어가고 있음을 들어 대량 무기를 구입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의 상징적 장소에서 북한 지도자를 만나는 연출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깔끔한 양복을 입고 미군 부대를 시찰해 자신의 위치를 과시했다. 사실 트럼프의 판문점 미팅은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을 참석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 정상을 만나는 일정에서 만든 사건이다. 짧은 일정 중에 그가 한 것이 미군 캠프 방문과 국내 그룹 총수들과 만남이다. 기업의 총수들을 자신이 머무는 호텔에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지만 사실 전직 기업가인 트럼프의 미국 투자 홍보이자 자신이 직접 더 많은 투자유치를 만들기 위한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진행했던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난달 사임 후 북한은 결코 자발적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북제재의 강경노선을 펼쳤던 그는 북한이 변하지 않을 것을 확신했고 때문에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했다. 실무진의 파악은 이러했다. 대한민국의 존재도 죽여가며 북미정상회담에 매달리는 직접적 이유는 무엇인가. 국방의 안전과 안보의 보호라면 답이 보이지 않는가. 과거의 생각에 빠져 현재를 오판하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판세를 읽지 못하고 내가 먼저 머리를 숙이면 상대도 머리를 숙이며 함께할 것이라는 자기 최면에 빠져 너무 앞서나갔다. 한반도 비핵화 시계는 제로다. 그 어느 때보다 위험강도가 높다. 이상만 보지 말고 현실을 보자. 우리는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는 랭킹 3위 수입국이다. 지난 10년간 8조 원에 가까운 무기를 구입했다. 청구서가 쌓이는 만큼 한반도의 안보는 위협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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